2016 07.07

청년, 제2의 몬드라곤을 꿈꿔라! – 칼 폴라니 연구소 강연 ‘청년활동과 사회적경제’

청년, 제2의 몬드라곤을 꿈꿔라!

칼 폴라니 연구소 월례강연 ‘청년활동과 사회적경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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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EF와 칼 폴라니 연구소가 함께 마련한 '청년활동과 몬드라곤' 강연회  

 

협동조합 성공모델로 첫 손에 꼽히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 그 시작점에는 스물일곱 살의 청년 신부가 있었다. 호세 마리아라는 이름의 청년은 내전 후 망가진 마을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협동조합을 생각했다. 황폐화된 마을을 재건하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경제. 그는 어떻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경제’를 꿈꾸고, 만들었을까? 

혁신파크 크리에이티브랩 열림에서는 그가 일군 역사, 몬드라곤 그룹을 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6월 2일 칼 폴라니 연구소에서 준비한 월례강연 자리가 바로 그것. ‘청년활동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한국의 청년들이 사회적경제로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라는 의미가 담긴 자리였다. 강연자로는 송경용 GSEF 이사장과 후안 호세 마틴 로페즈 교수가 나섰다.   

청년의 꿈을 돕는 사회적경제  

 

송경용 이사장은 “세계적인 업적을 낸 사람들을 살펴보면 20대부터 두각을 보인 이들이 많았다”며 “호세 마리아 신부도 몬드라곤에 처음 갔을 때가 스물일곱 살”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에 다녀온 홍콩에서도 젊은 사회적기업가들의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보고 올 수 있었다며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된 동기를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도봉구 상계동 나눔의 집에서 활동하던 내 젊은 시절도 생각난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푸드뱅크와 청소년 쉼터 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청년시절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슴 아픈 사건들이 연일 일어나는 ‘헬조선’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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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와 청년의 접점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GSEF 송경용 이사장  

 

송경용 이사장은 “팍팍한 현실에 가슴 아픈 일도 많지만 빠르게 정보를 유통할 수 있는 사회가 된 덕분에 더 이상 침묵하고만 있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많아져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일상다반사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지만 묻히곤 했던 과거에 비해 뜨거운 연대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긍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런 그의 시선은 청년들이 만들 미래로 향해있었다. 법적, 제도적, 사회적 성장을 해온 사회적경제가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경제로도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장은 “청년과 사회적경제에 접점을 만드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청년들이 청년 스스로의 삶뿐 아니라 우리 사회 그리고 전세계를 바꾸는 일에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폐허에서 출발해 스페인 도시 중 소득 불평등이 가장 적은 도시가 된 몬드라곤처럼 한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사회적경제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전했다.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우리 사회와 사회적경제가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설명했다. 송 이사장은 “유럽은 지금 20~30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인’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인간에게 노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요즘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들이 바로 20~30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핀란드를 대표하던 노키아가 무너질 때 모두들 핀란드 경제는 이제 망했다고 말했지만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전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 ‘앵그리버드’도 노키아가 망한 후 청년 기업가에게서 탄생했고, 청년들이 그룹을 지어 자신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양을 준 결과로 2년 만에 250개가 넘는 세계적 기업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노키아라는 거대기업 하나가 아닌 수백 개의 건강한 중소기업이 있는 국가로 탈바꿈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퀘벡도 6개 대학이 힘을 모아 청년 창업과 신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고, EU도 기구 차원에서 기금을 만들어 혁신캠퍼스를 지정해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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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이사장은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비해 20~30대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지원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장은 “이런 시점에서 청년들이 헬조선에서 벗어나 더 많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가 역할을 해내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출발점으로 국제청년네트워크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주기적으로 포럼을 개최하고, 청년국제캠프를 마련해 일주일동안 세계 각국 청년들이 토론도 하고 창업도 함께 하는 에너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몬드라곤, 폐허에서 협동조합의 성지로  

강연은 후안 호세 마틴 로페즈 교수로 이어졌다. 그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의 역사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까지 세심히 짚어주었다. 마틴 교수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이 위치해 있는 바스크 지방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마틴 교수는 “바스크 지방에는 이천 칠백 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있다. 일반 소비자까지 포함해서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과 관계 맺고 있”으며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에 자리를 잘 잡고 있어 중산층이 튼튼한 게 몬드라곤의 대표적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1인당 소득을 비교해 봐도 몬드라곤은 30유로로 23유로의 스페인과 24유로의 한국보다 높은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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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교수는 몬드라곤의 역사와 성공하는 협동조합의 조건에 대해 들려주었다.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지금은 세계적 협동조합 그룹이 있는 몬드라곤이지만 1941년에 호세 마리아 신부가 처음 갔을 당시에는 폐허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1939년에 끝난 스페인 내전의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남편을 잃은 과부도 많았고, 청년과 아이들은 일자리는커녕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호세 마리아 신부가 생각한 첫 번째 과제는 여성과 청년들에게 안전한 일자리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마틴 교수는 “호세 마리아 신부는 나눔과 사회적 기여를 강조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수익창출도 중요하다고 가르치던 사람”이었다고 말하면서 “1943년에 기술학교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학교였다.   

기술학교가 세워지고 협동조합의 역사가 시작된 건 그 후 1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기술학교를 졸업한 다섯 청년이 자신들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올고르(ULGOR)’라는 협동조합이었다. 1년 뒤인 1957년에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에로스키(EROSKI)’ 협동조합도 생겨났다. 일자리 마련이 힘들었던 여성들을 위한 생활협동조합이었다.   

마틴 교수는 “이 두 협동조합 이외에도 1950년대에 들어서 굉장히 많은 협동조합이 탄생하기 시작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했다. 협동조합이 생소했던 은행들이 대출과 금융지원을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1959년에 만들어진 게 ‘노동인민금고(CAJA LABORAL)였다.   

거기에 더해 라군 아로(LAGUN ARO)라는 사회보장 제도도 마련되었다. 협동조합을 위한 은행을 만들고, 협동조합 조합원을 위한 사회보장 기금을 마련한 셈이다. 몬드라곤 그룹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버팀목이자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두 조직 모두 노동자 협동조합이기도 하다. 

 

몬드라곤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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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간 협동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하는 마틴 교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그룹 형태로 발전을 모색하기 시작한 건 1960년대에 들어서였다. 협동조합 간 협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자연스럽게 그룹 형태로 발전했다고 한다. 마틴 교수는 “1991년에 들어서 몬드라곤 그룹 출범식을 했지만 그 전부터 꾸준히 협동을 해왔고, 그룹이라는 말도 명령체계가 있다는 뜻이 아닌 하나의 생태계로써 자발적 결사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협동조합이 하기 어려운 기술개발과 기업경영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을 그룹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몬드라곤 그룹의 안정적 운영을 하는데 10가지 정관도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었다. 자발적이고 열린 회원가입 제도가 첫 번째였다. 1인 1표의 민주적 운영, 자율성과 독립성 존중이 그 뒤를 이었다. 노동 자치권과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도 중요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몬드라곤 소속 노동자들이 1:6 비율 안에서 급여를 받는다는 항목은 인상적이었다. 

끝으로 끊임없는 교육과 협동조합 간 협동이 포함되어있었다. 협동조합 간 협동은 몬드라곤 그룹 내 협동조합이 파산할 경우 다른 협동조합이 파산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을 고용한다는 뜻까지 포함된 의미였다. 

마틴 교수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스페인의 많은 젊은이들이 몬드라곤 그룹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며 “현재 몬드라곤 그룹은 공업, 유통, 금융, 지식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식분야에서는 몬드라곤 대학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 중 몬드라곤 대학의 팀 아카데미 과정은 몬드라곤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청년을 육성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협동조합 창업을 함으로써 취업률을 높이고 그룹 내 새로운 협동조합을 탄생시키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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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아카데미는 핀란드에서 가져온 교육과정으로 여느 대학들의 교육과정과는 매우 다르다. 공동체학습(team-learning)을 통해 실질적인 기업가 육성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과정도 교수가 운영하는 게 아니라 팀 코치가 조언자이자 멘토로서 함께한다. 학생들은 실수와 실습을 바탕으로 학교를 다니는 동안 창업을 하거나 졸업 후 창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교과과정으로는 4년 기간의 학부 프로그램 ‘레인(LEINN)’과 1년 석사과정 ‘민(MINN)’이 대표적이다.    

마틴 교수는 “호세 마리아 신부는 ‘우리의 힘은 경쟁에 있지 않고 협동에 있다’고 말했다”라며 “많은 협동조합이 성공하고, 실패도 하고 있는 한국은 이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60년대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처럼 협동조합 간 협동도 조금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만들어 내고 있는 ‘협동’이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협동조합도 회사로서 이윤 창출을 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꼭 가지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조득신(벼리커뮤니케이션 소셜리포터)

 사진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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