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7.05

협동조합도 ‘규모의 경제’는 가능하다!-[2016 사회적경제 리더십 포럼 4회]

협동조합도 ‘규모의 경제’는 가능하다!

[2016 사회적경제 리더십 포럼 4회] 사회적경제 운영 사례 ①   

 


<2016 사회적경제 리더십 포럼> 4회 강연이 지난 5월 30일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 대강당 '품다'에서 열렸다. 강연을 맡은 한국택시협동조합 박계동 이사장은 협동조합도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택시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들려주며 앞으로 갖춰나가야 할 사회적경제 지원시스템도 함께 이야기해주었다. 또한 협동조합 기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소득 불평등 해소와 노동의 즐거움을 실제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이날 박계동 이사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주>


1
사회적경제 리더십포럼 5회 강연을 맡은 한국택시협동조합 박계동 이사장 

 

내 인생은 20년씩 구분되는 것 같다. 1952년에 태어나서 1972년에 대학교에 들어가고, 1992년에는 국회의원이 됐다. 그렇게 또 20년을 국회의원 생활을 했다. 그러다 문득 <권력의 법칙>이라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을 소개한 책을 보게 됐는데 국회의원은 더 이상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과 내가 살아온 방식이 다르기도 했고, 국회의원 말고 의미 있는 일을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국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내게 기본법 논의에 시민사회 대표로 참여했던 정재돈 협동조합협의회 의장이 사무총장이 쓸 수 있는 정책자금을 자신에게 배정해달라고 했다. 배정한 후에 봤더니 그 예산을 스테파니 자마니 교수가 쓴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라는 책을 번역해 출간하는 데 썼더라. 그 때 처음으로 협동조합이라는 게 내 삶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 

 

협동조합에 눈뜨다  

그 책을 읽고 나니까 안 보이던 유럽의 협동조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잘 사는 국가들은 사회적경제와 공유경제가 발달해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북유럽 국가들은 유통산업의 절반 이상을 사회적경제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직원 8만 명에 매출 규모 30조인 사회적기업들이 있었다.   

그런 반면 한국은 치킨집이나 설렁탕집 그것도 안 되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한 집 걸러 하나가 자영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치킨 집만 3만 6천 개가 된다고 하고, 빵집과 커피숍 그리고 편의점 등 돈 되는 사업은 대기업이 다 하고 있는데 자영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게다가 자영업자 40%는 자기 돈 투자해서 열심히 버는데도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가져가는 구조라고 한다. 더 안타까운 건 그 마저도 망하면 회복이 불가능한 사회구조라는 점이다.   

 

2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줄이는 지금의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박계동 이사장  

 

이건 국가적 문제다. 전세계적 문제로 넓혀서 생각할 수도 있다. 일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 로봇, 자동화 공정, 인공지능 등을 계속 도입하면서 공장에 사람이 없다. 사람을 안 쓴다. 일본에는 좋은 대학 나와서 알바 2~3개 하는 게 일자리라고 하지 않나? 지금은 실업문제가 하도 심각하니까 일자리 있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한 상황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이렇게 변해가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고, 제대로 된 삶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경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핵심은 ‘뜯기는 구조’를 없앤다는 데 있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을 예로 들어보자. 다른 택시회사들의 경우 택시기사 월급이 140만 원 남짓 된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에 평균 70만 원을 더 보태서 월급을 준다. 택시기사들이 최소 210만 원은 한 달에 가져간다는 말이다. 춘천에 갔더니 다섯 개 택시노조가 모여서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묻기에 우리는 55~60% 정도 된다고 했다. 그러니 그쪽에서 다시 말하길 자기네는 죽자 살자 싸운 결과가 30%라고 했다. 대표가 너무 많이 가져가는 구조인 거다.   

이제 이런 구조에서 사회적경제로 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국회 청소용역도 살펴보면 청소부가 200명 정도 된다. 예산으로 살펴보면 1인당 200만 원인데 그 중 70만 원씩을 용역업체가 떼어간다. 자, 생각해보자. 청소부가 똑같이 일하고 월급을 130만 원 가져갈 때와 200만 원 가져갈 때 삶의 질 자체가 다르지 않겠나? 택시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 기사들은 이제 바둑모임, 등산모임, 목공예 모임 등 쉬는 날에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지낸다. 죽자 살자 돈을 벌려고 하지도 않고 삶의 질이 굉장히 늘었다. 직장의 내용 자체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로 풀 수 있는 산업들  

국회 청소용역부터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 청소용역까지 모두 사회적경제로 풀어야 한다.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길 제안한다. 그렇게 되면 용역업체가 사업을 따기 위해 뇌물 갖다 주는 악습도 저절로 없어지는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  

장기요양보호소도 사회적경제가 제격이다. 장기보호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있다. 15평 이상 방이 있어야 하고 복지사가 1명 이상 있어야 하는 등이 그 중 하나다. 직접 진주에 내려가서 살펴보니 그곳에는 70개 정도 되는 센터가 있었다. 한 센터 당 30 명 정도 수용하는데 중풍, 치매 같은 3급 기준의 환자들에게 1인 당 68만 원씩 정부가 제공한다.  

 

3-1
3-3 3-2

복지사들이 주5일 근무로 4주 동안 3시간씩 한 일당이 60만 원 정도인데 거기에 실제 노동시간이 조금 초과되니까 68만 원이 되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도 센터가 25%씩 떼어간다. 센터에서 떼니까 생활을 할 수 없는 임금구조가 된다. 이런 문제를 푸는 게 협동조합 기업이다. 전세버스와 대리운전 등도 사회적경제가 풀어야 하고, 풀 수 있는 산업들은 너무나 많다.   

그럼 이렇게 좋기만 해 보이는 사회적경제인데 왜 현실에서는 그 모습을 찾기 어려울까? 우선 못 믿는 게 큰 것 같다. 택시협동조합의 경우 인수자금이 크다보니 출자금으로 2500만 원씩 내야했는데 누가 모은 돈을 다 가지고 이민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택시 협동조합하려고 사람을 모으려고 해보니까 알겠더라. 박계동이라는 사람이 50억을 사채를 줘가면서까지 택시협동조합 만들려고 하는데 별로 가져가는 게 없어 보이니까 못 믿겠다는 거다. 오히려 많이 가져가려 들면 믿을 텐데 다 나눈다고 하니까 믿질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조합원 모집도 그렇지만 협동조합 창업을 위한 자금 마련하는 일도 정말 힘들었다. 사실 국회의원하면서 국감장에 금감원 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증권사, 보험사 등 높은 자리 있는 사람들 상대하니까 대출 받는 일을 쉽게 봤던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택시협동조합의 수익성에 자신이 있으니까 사업계획서를 열심히 만들어서 은행을 돌았는데 아무도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담보로 잡아둘 게 없으니 제2금융권도 안 되고 사채시장에까지 내려갔다. 이자 30% 이상인 사채시장에. 이자 오르는 소리가 무섭다. 선유운수라는 택시회사가 40억에 법정매각에 나온 걸 인수하는 것이었는데 계약금이 4억이고 잔금이 36억이었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잔고증명용 대부업까지 문을 두드렸다. 잔고가 있다는 서류 작업용 대부업이었다.  

 

협동조합을 위한 새로운 은행 필요 

4
박 이사장이 한국택시협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있었던 어려움들을 들려주고 있다.  

 

조합원 모집과 자본금 마련은 내게만 힘든 일이 아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협동조합 기업이 8천 개가 넘는다는데 지금 전화하면 안 받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 거의 망하다시피 한 게 또 절반일 거다. 협동조합 기본법을 발효하고 시작할 때는 다섯 명만 모이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었다. 하지만 생태계가 없으니 모두 잘 안 됐다. 

중소기업중앙회나 정부 지원금 그리고 서울시 신용보증재단 등 협동조합 지원한다는 곳을 가보면 한 법인 당 아주 많아야 5천만원 정도 지원해준다. 그런데 협동조합이 본래 뭘 의미하나? 구멍가게 10개 할 바에 10명이 모여서 규모의 경제를 하라는 말 아닌가. 그런 게 협동조합인데 한 법인 당 5천만 원이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협동조합 창업에 40억, 50억이 드는데 5천만원으로 뭘 할 수 있냐는 말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담보 없이는 아무 대출도 해주지 않는 점도 문제다. 그럴 바에는 은행을 하나로 하고, 알파고 한 대 장만하는 게 더 수월할 거다. 담보 건수가 되는지 안 되는지 체크하면 되니까. 미국에 아메리카뱅크를 예로 들면 ‘스몰 비즈니스론’이라고 소사업체 대출금융이 있다. 여기서는 500만 달러, 50억까지도 대출을 해준다. 우리도 이런 역할을 해줄 새로운 은행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가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 말이다. 시장조사를 함께 해주고 대출 받으러 온 사업가에게 합리적으로 대출 상담을 해주는 은행이 만들어져야 한다. 담보가 없으면 돈도 안 주면서 그나마 빌린 대출금의 상환 기간을 한 번 어겼다는 이유로 금융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지금으로는 사회적경제 성장을 위한 생태계가 커질 수 없다.   

 

민주적 운영이 협동조합의 경쟁력  

택시협동조합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협동조합 운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딱 세 가지 원칙만 말한다. 민주적 운영, 투명한 경영, 공정한 분배이다. 대의원 회의를 통해 월급을 포함한 배당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사장인 내가 아무리 친한 친구가 있다고 한들 사업자금을 그 친구에게 줄 수 없는 구조다. 사업 목표 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못 가져간다. 또한 매달 실적과 사고 비용을 포함한 자동차 비용과 인건비 등 결정된 결과들 모두를 매달 공지한다.   

 

5
투명한 경영이 협동조합의 시장경쟁력이라고 설명하는 박계동 이사장 

 

이 세 가지 원칙이 시스템으로 자리 잡으니까 매우 편하다. 지금은 복제화 단계에 있다. 포항에서 대광운수를 인수했고, 4개월 만에 인수자금인 16억을 다 갚았다. 경주의 우성택시도 인수해 2개월 째 운영 중이다. 다음 달부터 시작해 올해에는 전주와 제주 그리고 대구, 부산 등 10개 도시에서 15개 택시회사를 인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가 이뤄진다면 꿈꾸는 규모 자체도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대형할인마트도 염두해 두고 있는 협동조합 사업이다. 미국의 하이디와 스위스 미그로 모두 대형할인마트 협동조합이다. 통제가 안 되는 산업 중 하나가 유통인데 유통마진은 40%에 가깝다. 그 마진을 재벌대기업에게 계속 줄지 고민해봐야 한다. 정직을 경쟁력으로 해서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으로 규모를 키우는 사회적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대형할인마트도 염두해 두고 있는 협동조합 사업이다. 미국의 하이디와 스위스 미그로 모두 대형할인마트 협동조합이다. 통제가 안 되는 산업 중 하나가 유통인데 유통마진은 40%에 가깝다. 그 마진을 재벌대기업에게 계속 줄지 고민해봐야 한다. 정직을 경쟁력으로 해서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으로 규모를 키우는 사회적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끝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자본주의 경제, 돈이 주인이 되는 경제에서 벗어나자고 강조하고 싶다. 자본이 사람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본을 고용하는 사회적경제로 시선을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20160530-IMG_9287 20160530-IMG_9273

[묻고 답하기]
 

– 출자금이 2500만 원이라고 했다. 택시기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었을 텐데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 사채까지 넣어서 택시회사를 인수했는데 출자금 모집이 참 어려웠다. 택시기사들 중에는 사업실패를 하고 그나마 택시기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선뜻 그들을 믿고 돈을 주는 가족이나 은행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신용보증재단 실무자를 한 달 동안 설득했다. 그리고 서울사회투자기금에도 문을 두드린 끝에 융자를 받을 수 있었다. 융자로 10억 원을 대출받아서 택시협동조합이 그 돈을 택시기사들에게 재대출하는 형태로 자금을 마련했다. 
 

– 택시 산업 자체가 불황이고 택시기사라는 직업 자체가 힘들어서 기피되는 직군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질문인데 택시 기사가 되려는 사람은 많은지,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택시협동조합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 다른 곳보다 월급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대기업 간부부터 경찰간부, 교사까지 다양하다. 경쟁력은 투명한 경영에 있는 것 같다. 한 달 동안 들어간 부품비용과 사고비용 등 모든 걸 공개한다. 그러다보니 자발적 도덕의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직접 참여하는 부분도 많다보니 을이 아닌 동등한 갑으로, 그냥 다니는 회사가 아닌 내 회사로 인식하면서 효율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 같다. 그게 경쟁력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 협동조합하면 삼삼오오 모여 작은 사업을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기업형 협동조합 이야기가 참 신선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건데 최근 불황을 겪는 조선업 같은 거대기업들의 고용문제를 푸는 데 협동조합이 해법이 될 수 있진 않을까 궁금하다. 

 

: 협동조합이 시장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 있는가를 놓고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생각할 때는 자본집약적 산업과 기술집약적 산업에 지금 당장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본다. 지금은 노동집약적 사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사회적경제 리더십 포럼>은 사회적경제의 주요 이슈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하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비전을 함께 나누고자 마련된 자리다. 
이번 포럼은 사단법인 선이 주관하고 법무법인(유) 원,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후원한다. 사단법인 선은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위해 법무법인(유) 원이 2013년 설립한 단체로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 여성 소송 지원 및 법률 상담, 성폭력 피해자 보호 시설에 대한 재정 지원 등 활동을 펼쳐 왔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사회적경제조직 법률지원을 위한 프로보노활동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소속 변호사 30명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을 위한 법률 자문과 경영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정리/글. 조득신(벼리커뮤니케이션 소셜리포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 <사회적경제 리더십 포럼>은 11월까지 월 1회 열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홍보물을 확인하세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꼭 생각해볼 주제들, 깊이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문의: 02-3019-3947, eypark@onelawpartners.com

장소: 서울시 NPO지원센터 1층 대강당 '품다'  

사회적경제리더십포럼_강연표_cr

뉴스레터 세모편지를 받아보시려면 주소를 남겨 주세요 :  http://goo.gl/xzKSWN  

459 total views, 2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