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7.04

협동에 상상력을 달다, 학교협동조합

협동에 상상력을 달다, 학교협동조합

명덕외고 학교협동조합 설명회 현장  

 

지난 5월 18일, 저녁식사를 마친 명덕외고 학생들이 학교 본관 지하 1층 시청각실에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스무 명 남짓의 학생들은 친구들과 학교생활 이야기를 나누며 특별한 선생님 한 분을 기다렸다. 자신들에게 협동조합을 설명해주고, 학교협동조합을 준비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줄 선생님을 말이다.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내년에 학교협동조합 인가를 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 특별과외 선생님을 만나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학생들의 기대감 속에서 한 남자가 강단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협동조합은 나 혼자 극복할 수 없는 문제를 다 함께 푸는데서 유래했습니다. 그런 만큼 학교협동조합도 (고쳐야할) 현실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그 현실을 다함께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되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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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협동조합을 준비하는 명덕외고에 협동조합교육을 해주고 있는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송문강 이사   

 

마이크를 잡은 이는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송문강 이사였다. 학생들이 기다린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송문강 이사는 협동조합 역사부터 학교협동조합의 구체적 사례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어렵고 생소한 협동조합 이론은 배제하고,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협동조합 기초상식들을 이야기보따리에 담아왔다.   

그는 학교협동조합으로 학교매점을 운영할 때 생각해보아야 할 점들도 꼼꼼히 들려주었다. 명덕외고가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해 풀고자 하는 핵심 사업이기 때문이다. 명덕외고는 지난해 11월에 기숙사를 지었지만 매점 입점이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고, 특히 명덕고등학교와 명덕여중·여고가 함께 위치해 있어서 주변 편의점 사용 또한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송문강 이사의 특강 내용을 함께 들어보자. 

협동조합, 현실을 바꾸다  

먼저 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된 계기부터 살펴보면 좋겠다. 19세기 초반 도시평균근로자 수명은 17세였다. 다섯 살이 되면 보통 일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이른 나이에 죽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무엇을 했을까?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곤했다.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사야하는 데 거기에 분필가루를 섞어서 판다든가 오트밀에 자갈을 넣어 무게를 속여서 팔곤 했다. 소비자들이 가진 선택권이 굉장히 불합리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피해 당사자들이 함께 뭉쳐서 만든 게 바로 협동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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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강 이사는 협동조합 등장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지금도 협동조합이 등장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불평등한 상황에 놓였거나 시장이 독과점일 때 그리고 가난을 해결해야 할 때가 그 이유다. 2012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고 급속도로 4년 만에 만 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등장한 데에도 이런 이유들이 숨어있다. 농협의 자산이 300조나 되고 썬키스트와 몬드라곤 등 유수의 거대기업들이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만 개라는 숫자는 곰곰이 따져봐야 할 숫자다. 내가 어렸을 때는 대중슈퍼, 꽃비슈퍼 등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아닌 동네슈퍼들이 있었다. 동네빵집도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없진 않지만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대기업이 독과점을 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이 상황을 풀어보고자 협동조합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할만한 협동조합으로 다양한 사례들을 들 수 있다. 모두를위한극장협동조합(이하 모극장)은 영화산업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나선 곳이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CGV나 롯데시네마가 상영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상영할 수가 없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영화도 상영허가를 못 받아서 상영하지 못하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시사회를 한 끝에 겨우겨우 상영할 수 있었다. 모극장은 이런 상황을 풀고자 소규모로 영화 상영회와 시사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목욕탕협동조합도 있다. 시골에는 목욕탕이 돈이 안 되니까 짓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역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목욕탕을 만든 사례다. 우리동생 동물병원이라는 사회적 협동조합도 있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천차만별이다. 고양이가 감기를 앓아 병원에 갔더니 2만 원을 달라는 곳이 있는가 하면 폐CT를 찍어야 한다며 15만 원을 내라고 하기도 한단다. 의료지식이 부족하니까 소비자들은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가격으로 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을 만들어보자고 소비자들이 만든 게 바로 우리동생 동물병원이다. 이곳은 동물이 감기가 걸려서 진료를 받으러 가면 8천 원을 받는 등 합리적인 가격에 믿을 수 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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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학교를 졸업한 맹인 분들이 만든 노동자협동조합도 있다. 맹인들은 직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안마 기술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일할 곳이 없어 성매매 업소에서 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서 맹인 분들이 직접 맑은손협동조합이라는 곳을 만들었다. 건전한 안마 시술소를 직접 차린 것이다. 통번역협동조합도 불합리한 일감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나온 곳이다. A4 용지 하나를 번역하면 보통 9천 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금액의 70%를 중간연결 업체가 가져간다. 만 원어치를 일 하면 중간에서 7천 원을 가져가고 내가 3천 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통번역사협동조합은 업계 관행을 깨고 70%를 통번역사가 가져가도록 만들었다.   

 

경쟁을 이기는 ‘협동

자, 그럼 오늘의 주제인 학교협동조합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학교협동조합은 2004년 영국에서 출발했다. 왜 그 시기에 영국이 학교협동조합을 주목했냐면 영국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나라로 공장산업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1950년대에 들어 국가산업을 공장에서 금융과 보험으로 전환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금융과 보험이 발달한 런던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학교는 점점 더 서열화 되기 시작했다.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들만 살아남는 교육이 된 것이다. 학교는 더 이상 창의적인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닌 시험을 위한 학교로 바뀌었다.   

학교협동조합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 등장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경쟁이 심화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남으려면 혼자가 아닌 협동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끼리 협동하자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경쟁 상대들과 겨룰 힘을 갖게 하자는 큰 그림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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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협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는 협동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더 학교협동조합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에서는 15개 학교협동조합이 있다. 대부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했다. 영리보다는 가치에 중심을 둔 결정이고, 교사, 학생, 학부모 그리고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학교협동조합의 장점에는 크게 네 가지를 많이 든다. 협동조합을 직접 운영하고 교육받음으로써 사회적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학교운영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민주적 운영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매점이나 교복 같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게 하나의 이유고, 학생들이 협동조합 운영에 참여해서 젊은 나이에 창업할 때 도움이 된다는 게 마지막 이유다.   

 

실제로 영국은 15세 아이들이 학교협동조합으로 성공한 사례가 꽤 있다. 밴드, 식당 등 협동조합을 직접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금산에 있는 간디학교는 앞서 언급한 두 번째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학교를 협동조합처럼 운영하고 있다. 함께 잔디를 심어 운동장을 만들기도 하고, 교과과목 선정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한다. 교복, 수학여행, 매점, 방과후 학습 등 학교 내부 문제 해결은 학교협동조합의 주요사업이다. 부산국제고는 학교협동조합이 매점과 교복사업에 참여해 그 수익을 장학금으로 주고 있다. 용인 흥덕고는 학교협동조합에서 학생들이 중심이 돼서 직접 수학여행을 만들었다. 작년에는 학생들이 직접 선정해 아이쿱이 만든 구례 자연드림파크에 오기도 했다.   

 
상상하라, 학교협동조합!   

학교 매점은 학교협동조합에 있어서 중요한 사업으로 손꼽힌다. 이곳은 사립학교라서 잘 모르겠지만 공립학교의 경우 서울시에 평균 3천만 원 정도의 매점 입점 비용을 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오면 매점에서 6천만 원의 수입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두었다. 6천만 원을 벌려면 학생들이 얼마를 쓰면 될까? 방학이 두 달 있으니 학생들이 하루에 3천 원씩 꼬박꼬박 써야 수익이 날 수 있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될 테고, 그러다보니 저절로 물건의 질이 낮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해 있는 제품을 팔게 된다.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 표시가 없기 때문에 7년 정도 지난 아이스크림이 들어오곤 한다. 음료수나 과자도 마찬가지다. 학교협동조합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이 매점사업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다. 내 아이 먹거리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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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학교협동조합을 해나가길 응원한 송문강 이사  

 

학교협동조합으로 매점을 하면 좋을까? 서울시 조례에서는 학교협동조합의 경우 입점할 때 드는 3천만 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되어 있다. 그만큼 돈이 절약이 되니까 좋은 제품을 파는 데 어려움이 줄어든다. 거기에 학부모가 매점 운영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 매점은 학생과 학부모 간의 소통공간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매점에 오래 있다고 눈치 받지 않아도 되고, 믿을 수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생이사로 참여하면서 다양한 사업모델을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실제로 춘천에 있는 한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협동조합의 이름으로 사회적경제 창업경진대회에 참여했다. 지금 그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기까지 한다. 캐나다에서는 공구대여 학교협동조합이 있다. 음악이나 미술 시간에 필요한 문구류부터 다양한 학용품들을 공유해주는 협동조합이다. 캐나다 대부분 학교에 있는 모델이다.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자전거수리협동조합도 있다. 자전거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수리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나는 수익은 학교식당에 재투자되기 때문에 식당 밥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도 가져온다.   

이렇듯 다양한 상상이 가능한 게 협동조합이고, 학교협동조합이다. 그런 만큼 학교협동조합을 만들려는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사업적 목적보다는 교육적 목적과 가치지향적 목적을 우선해서 좋은 학교협동조합을 만들길 당부한다.   

 

조득신(벼리커뮤니케이션 소셜리포터)

 사진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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