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4.27

공대생의 호기심, 세상을 밝히다 – ‘촛불 램프’로 주목받는 소셜벤처 (주)루미르

공대생의 호기심, 세상을 밝히다

‘촛불 램프’로 주목받는 소셜벤처 (주)루미르

지난 1월 말 유명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 Starter)’에 신기한 물건이 하나 올라왔다. ‘플러그 NO, 배터리 NO, 양초 하나면 OK’라는 메시지를 배경으로 촛불 램프가 어둠을 밝힌다. 책상에 올려놓으면 훌륭한 스탠드가 되고, 식탁에 올려놓으면 고급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제공: 루미르)

 

소셜벤처 (주)루미르가 촛불 램프로 지난 1월 26일부터 3월 11일까지 킥스타터를 통해 선주문 방식으로 모금한 금액은 13만3천 달러(약 1억6천만 원). 목표 금액 5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그동안 킥스타터에 참여한 한국 업체로는 ‘역대급’ 성과였다. 그렇지만 박제환(29) 대표는 성과에 들떠있지 않았다.

“지난 1년 여 동안 준비한 제품을 처음으로 본격 론칭한 셈인데, 아쉬운 점이 많아요. 후원자이자 구매자분들이 이것저것 보완할 점을 지적해줘 이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6월 말부터 제품을 배송할 예정입니다.”

 

양초로 불 밝히는 LED 램프

촛불 램프의 이름은 ‘루미르C’, 양초로 작동하는 LED 램프이다. 양초에 불을 붙인 뒤 제품을 올려놓으면 LED 램프가 켜진다. 성질이 다른 두 종류의 반도체에 온도차가 생길 때 전압이 발생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외부 전원 없이 촛불의 열에너지만으로 LED 램프가 불을 밝히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떻게 이런 제품을 만들었을까? 배경이 궁금했다.

 

(사진제공: 루미르)

“2014년 교내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1등상을 받았습니다. 상금으로 받은 300만 원을 팀원들과 나누기보다 재미삼아 부스 하나를 신청해 국제 LED 엑스포에 참가했는데….”

 

법인을 설립한 것은 2014년 12월이지만 루미르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당시 전자전기학부 복학생이었던 박 대표는 창업 프로그램에 이어 또 다른 아이디어로 시제품을 만들어 전시회에 나갔다. 이때 그가 선보인 시제품은 촛불 램프가 아니라 정전 시 작동하는 소형 ‘무정전 전원장치(UPS)’였다. 기존 대형건물용이 아니라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었다. 공대생다운 아이디어였다.

 

반응은 예상 외로 좋았다. 생각지도 않게 전시회 주최 측에서 바이어 미팅을 주선해주었다. 박 대표의 시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고, 적극적으로 구매의사를 밝혔다. 몇 가지 문제가 돌출해 정식 제품화되지는 못했지만 박 대표는 자신감을 얻어 창업 결심을 굳혔다.

“종자돈을 마련해보자며 이후 6개월간 각종 창업 관련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낙후된 지역의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박 대표는 8개 대회 중 6개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CAMPUS CEO 왕중왕전(서울시), CAU 벤처창업페스티벌(창업진흥원), 전국대학(원)생기술사업화경진대회(산업통상자원부), KDB 스타트업프로그램(KDB 나눔재단), 아시아소셜벤쳐 글로벌 경쟁부문(SEN), H온드림(현대차재단) 등이 그 목록이다.

루미르 사무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상장들

 

인도 여행에서 ‘빛 부족 문제 해결’ 밑그림

그가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은 복학하기 전 다녀왔던 인도 여행이 계기가 되었다. 뉴델리에 있었는데, 대도시인데도 때대로 정전이 발생했고,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발전기를 돌리거나 램프를 켰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대도시도 이럴진대 벽지는 오죽할까.

 

실제 전 세계 인구 중 13억 명은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고, 개발도상국 빈곤층은 매달 수입의 30%를 램프용 등유를 사는 데 지출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등유 램프의 유해성이다. 매년 등유램프의 블랙카본에 의한 호흡기질환으로 2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호기심이 많았던 청년은 정전의 풍경을 유심히 살폈고,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무정전 전원장치와 이후 루미르라는 회사이름을 낳은 촛불 램프가 그때 밑그림이 그려졌다. 루미르(Lumir)는 빛을 의미하는 루미(Lumi)와 세상을 의미하는 미르(Mir)를 합성한 말이다.

(사진제공: 루미르) 

 

박 대표는 2014년 그해에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 단체 (사)씨즈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육성 사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때 처음으로 소셜벤처,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빛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하니 소셜벤처로 분류해주는 거예요.”

 

적정기술 소셜벤처로 거듭나기

그는 이곳에서 창업 준비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어설펐음에도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해주는 멘토가 있어 든든했고, 서서히 소셜벤처 사회적기업가로서의 가치와 철학을 몸에 익혔다.

무엇보다 자신의 사업이 그저 아이디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로 일구는 사업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적정기술은 낙후된 지역, 소외계층의 여러 여건을 고려해 지속가능하게 생산,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2015년 촛불 램프를 개발할 때 국제 NGO와 필리핀 블라칸주의 한 마을에 시제품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가서 보니 몇 년 전 어느 단체에서 설치해준 태양열 램프가 방치돼 있더군요. 소모품인 충전지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기 때문이죠. 또한 오랫동안 램프를 사용해온 습관도 무시 못 하고요.”

2015년 필리핀  블라칸주의 한 마을 주민들이 루미르가 전달한 촛불 램프 시제품을 전달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뒷줄 왼쪽이 박제환 대표.
(사진제공: 루미르)

 

수익기반과 가치기반의 투 트랙

루미르가 개발한 촛불 램프는 ‘루미르C’와 ‘루미르K’ 두 가지이다. ‘루미르C’는 국내외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국내는 물론 유럽, 미국 국제특허도 받았다. 킥스타터 펀딩 성공 이후 향초(틸라이트) 문화가 발달한 유럽, 미국 등 해외 바이어로부터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루미르는 킥스타터 후원자(구매자) 물량을 포함해 우선 1만개를 생산할 예정이다.

 

‘루미르K’는 개발도상국 NGO와 협력해 원가로 제공하는 제품으로 양초 대신 등유를 사용한다. K는 케로신(등유)에서 따왔다. 루미르C와 같은 기술을 적용했지만 적정기술로 원가를 낮췄다.

가장 큰 특징은 작은 열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사용량 대비 연료를 최대 80%나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블랙카본으로 인한 건강 훼손 문제도 해결했다. 불완전 연소되는 탄소량을 줄임으로써 기존 램프보다 블랙카본을 최대 88% 감소시켰다.

루미르는 올해 가을경 루미르K 1천개를 인도, 필리핀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루미르C가 회사의 수익기반이라면 루미르K는 세상의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치기반’인 셈이다.

 

루미르C, 루미르K에 들어가는 부품들

박 대표는 킥스타터 론칭 성공을 두고 대박이라는 표현을 경계한다. 소셜 임팩트 투자 의뢰도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사양하고 있다. “일단 론칭 첫해 운영자금은 확보돼 있어 회사운영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품질을 더욱 개선하고, 회사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체계를 안정화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 내년에도 킥스타터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2018년 매출 100억 원 돌파 목표

루미르는 창립 3년째인 2017년 말을 첫 성적표를 받는 시점으로 여긴다. 그때까지 잠깐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품질과 가치체계를 탄탄히 다지려 한다. 졸업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하고 있다는 박 대표는 그때쯤엔 졸업장을 받았을까.

   

 

사무실 벽면에 걸려있는 액자가 시선을 잡는다. “세상을 밝히는 루미르. 2018년 매출 100억을 돌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빛 부족 문제해결에 획기적인 솔루션 제시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적정기술 기반 소셜벤처로 자리매김합니다.”

 

향초에 불을 붙여 촛불 램프로 덮는다. 박 대표가 디자인 밑그림을 그렸다는 등대 모양 램프가 은은한 빛을 발산한다. 탐스(TOMS)의 신발, 와비파커(Warby Parker)의 안경처럼 촛불 램프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소셜벤처가 이곳 서울에서 서서히 빛을 내고 있다.

 

 

루미르 홈페이지: http://www.lumir.co.kr
루미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umirlight

 

글. 손인수(벼리커뮤니케이션 책임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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