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1.27

공교육 혁신, 협동조합으로 찾다 -다큐멘터리 <협동조합은 학교다> 리뷰

공교육 혁신, 협동조합으로 찾다

SBS 방영, 다큐멘터리 <협동조합은 학교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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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학교다_SBS from SPREAD-i on Vimeo.

우리는 지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휴머니즘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창의적이던 학교와 교육은 지금 시험공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의 교육현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양극화 심화로 교육격차가 갈수록 커졌다. 2000년대 중반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시민들이 공교육 혁신에 나섰다.

협동조합이 탄생한 곳답게 시민들은 협동조합 방식을 학교로 가져왔다. 2008년 영국 맨체스터 인근의 한 고등학교가 처음 협동조합학교로 전환한 이후 2015년 현재 무려 843개의 영국 공립학교들이 협동조합학교로 바뀌었다. ‘학교협동조합 운동’은 주입식 경쟁교육을 지양하고 함께 하는 지역시민, 창의적인 세계시민을 키우는 혁신 교육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경제활동을 기반으로 한 교육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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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협동조합운동의 창시자 로버트 오웬(1771~1858)이 꿈꿨던 거대한 프로젝트가 21세기 영국에서 꿈틀대고 있다. 오웬은 스코틀랜드 뉴 라나크에서 협동조합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특히 그는 교육을 통해 협동정신을 형성하는 것이 문명화된 공동체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의 뜻을 이어받아 세계 최초로 1844년 설립된 것이 로치데일 협동조합이다.

 

이처럼 영국에서 협동조합학교가 늘고 있는 배경과 운영현황, 교실현장에서 협동이 일상화된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협동조합은 학교다>가 지난 1월 24일 SBS를 통해 방영되었다. 이 작품은 재영(在英) 한국인으로 구성된 사회혁신 네트워크 및 연구 기관 ‘스프레드아이(spread-i)’가 2015년 4월부터 10개월 동안 제작했다. 영국 플리머스(Plymouth)에 위치한 립손 협동조합학교(중, 고등학교)와 멘체스터 촐톤 협동조합학교의 운영상황을 소개하고 협동조합 구성원, 학교협동조합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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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서 로빈 머레이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객원교수는 “협동조합은 경제활동을 기반으로 한 교육 프로젝트”라며 경제와 교육은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영국 공립학교들의 선택은 협동조합이었다.

웬디 졸리프 헐 대학교 교육대학장은 “학습은 미래를 위한 예행연습이다. 협동은 참여를 높이고 학습동기를 제공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는 학생들이 진심으로 즐기는 공간이 된다”며 학교가 협동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를 역설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운영하는 학교

 

영국 협동조합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이해관계자로 참여해 운영된다.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학교 전반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익히게 된다. 루스 커밍스 립손 협동조합학교 총학생회장은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 나는 학교를 그렇게 이해한다”고 말한다.

협동조합학교는 교장의 역할도 변화시켰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기 시작했고, 학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조이 모리스 촐톤 협동조합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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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학교는 학생 스스로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학생협동조합이 영 코업((Young Co-operative)이다. 립손 협동조합학교의 경우 빅밴드협동조합, 그린파워협동조합, 출장요리협동조합 등이 운영되고 있다. 빅밴드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학생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게 해주었다”고 밝게 웃는다.

 

영 코업의 운영은 전적으로 학생들의 몫이다.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건 수익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 협동의 정신을 익히는 일이다. 함께 일할 때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걸 체득한다. 스티븐 베이커 립손 협동조합학교 교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항상 경쟁 속에 있다. 그러나 경쟁하는 법을 일부러 배울 필요는 없다. 효과적인 협동을 가르치는 것이 학교의 핵심기능”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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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학습을 도와주는 ‘협동하는 교실’

 

협동조합학교가 일으킨 또 다른 변화는 ‘협동하는 교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머빈 윌슨 전 협동조합대학 총장은 협동조합학교가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동조합학교는 단순히 변방에 머무는 대안학교에 만족하지 않는다. 협동은 현대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협력적인 시민을 교육하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 협동은 경쟁사회 자체를 바꾸자고 위협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협동은 21세기 경제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질이다. 인간의 가장 고도의 역량이 바로 협동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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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손 협동조합학교의 과학수업 장면. 학생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짝에게 설명하게 한다. 교실은 재잘재잘 목소리로 가득하다. 협동하는 학습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한 학생은 이 학교에 들어와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말한다. “성적향상은 수업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말할 수 있게 된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웬디 졸리프 헐 대학교 교육대학장은 협동학습법은 단순한 모둠 수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함께 공부하고 서로의 학습을 도와주는 것이고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전제조건은 학생들이 진심으로 교실을 공동체라고 느껴야 한다.”

 

학생들이 미래에 성공적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자질을 길러내는 것이 협동조합학교이다. 스티븐 베이커 립손 협동조합학교 교장은 “학교문화를 제대로 만드는데 노력하면 성적은 저절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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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협동조합학교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크게 보면 협동조합학교는 다른 학교 시스템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그 승부는 협동조합학교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동하느냐에 달려있다.”(로빈 머레이 교수)

 

2013년 2월 최초로 서울 영림중학교에서 학교협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도 협동조합이 교육혁신의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매점 운영에 국한돼 있지만 이런 경험이 쌓이면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다큐멘터리 <협동조합은 학교다>는 우리나라 학교협동조합의 미래, 교육혁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다.

 

영상보기:  http://sehub.net/archives/34336

 

글. 손인수(벼리커뮤니케이션 책임에디터)

사진. <협동조합은 학교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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