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30

게임의 재발견, 같이 Play! – 소셜벤처 (주)모두다

게임의 재발견, 같이 Play!

장애인 여가 문화와 재활을 위해, 소셜벤처 (주)모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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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12월 말. 발달장애인 고용기업 ‘베어베타’의 성수동 직업재활장에 마련된 플레이룸(play room)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스크린에는 두 개의 캐릭터가 장애물 피하기 경기를 하고 있다. 캐릭터를 조정하는 것은 게임 참여자다. 게임자의 동작을 인식해 캐릭터는 이리저리 장애물을 피한다. 앉았다 일어서고, 번쩍 손을 들고, 때때로 점프를 하기도 한다. 운동량이 상당해 보인다.

게임이 끝나자 게임을 지도하는 게임마스터가 한마디 한다. “성수 씨(가명)! 오늘 왜 이렇게 잘해요. 최고점수예요.” 참가자 모두는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한다.

 

동작 인식 게임으로 자존감과 운동량 쑥쑥

 

‘게임에는 장애가 없다’를 모토로 설립된 소셜벤처 (주)모두다는 게임으로 장애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곳이다. 게임으로?

온라인 게임이 대세인지라 게임 하면 대개 이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모두다가 주목한 것은 동작인식형 콘솔 게임기를 이용한 게임이다. 가정용 게임기로 불리는 이 기기는 화면을 보며 손동작으로 게임을 즐기던 것에서 발전해 기기의 센서가 게임 참여자의 동작을 인식해 화면 속 캐릭터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화면 캐릭터는 일종의 아바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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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참가자들이 게임이용법을 배우고 있다.

 

“이 게임의 장점은 몸을 움직이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운동량이 부족한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흥미를 느끼고 몸을 움직이며 자존감을 키우게 되지요. 동료들과의 유대감도 돈독해지고요.”

 

박 비(29) 모두다 대표는 “장애인들이 게임을 습득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며 “처음엔 서로 먼저 하겠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 양보하며 응원해주는 걸 배워나간다”고 말했다.

 

모두다는 게임인재단의 프로젝트 지원으로 올 6월 설립되었다. 8월에 2015 위키서울(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실행팀에 선정되었고, 베어베터의 인큐배이팅 지원 덕에 9월부터 1호 플레이룸을 운영할 수 있었다. 11월에는 JP모건 청년 사회혁신가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었다. 12월에는 2015 위키서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회사 설립 후 몇 개월 만에 모두다가 추구하는 가치에 여러 곳에서 응원의 박수를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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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발달장애인의 78%가 여가를 TV 시청으로 보내고 있어요. 운동량이 적을 수밖에 없고, 타인과의 교류도 활발하지 못합니다. 게임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게임의 재미를 누구나 누리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입니다.”

 

‘함께 즐기는 것’에 가치를 두고 창업

박 비 대표는 대기업 게임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4년간 일했고, 중소게임 개발사를 지원하는 게임인재단 설립을 돕다가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29세의 나이에 소셜벤처 대표로 변신했다.

 

그에게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회사원이 되기 전 이미 게임 마니아로서 온라인 게임, 보드게임, 가정용 게임 등 여러 게임을 섭렵했고 게임 종류별 특성을 꿰고 있었다. 홀로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임을 특히 좋아했다. 보드게임동호회를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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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두다 박 비 대표. 앳된 표정이지만 대기업 게임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한 게임 베테랑이다.

 

소셜벤처를 창업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봉사활동이었다. 그는 2014년 여름 장애인, 무의탁노인 재활공동체인 ‘광명 사랑의집’에 봉사활동을 나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봉사동아리 일원이었다면 회원들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홀로 나선 길이라 여의치 않았다. 사회복지사에게 물어보니 장애인 식구들의 운동량이 적어 고민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게임인데, 그거면 되겠다 싶었어요. 동작인식형 콘솔게임기를 갖고 가 볼링 게임을 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TV 소리만 가득했던 실내가 함성과 박수로 채워졌다. 박 대표는 난생처음 볼링을 쳐본다는 한 장애인의 말이 잊히지 않았다. 게임이 정말 필요한 곳이 있었구나, 무릎을 쳤다.

건강, 치료, 교육 등 특정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된 기능성 게임도 유용하지만 기존에 나와 있는 게임을 잘 활용하면 재활 프로그램으로서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몸을 움직여 점수를 내는 방식이라 재미가 있고, 운동도 되기 때문이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과 자연스레 소통도 활발해진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게임을 통해 활력을 얻기를 바랐는데, 장벽이 있으면 안 되겠지요. 비즈니스보다 함께 즐기는 것에 가치를 두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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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게임마스터 육성, 고용연계

 

모두다의 중점 사업은 ‘나를 찾는 게임’ 프로그램 운영과 게임마스터 양성이다. 나를 찾는 게임은 여가·놀이 과정, 스포츠 심화 과정, 댄스공연 과정으로 나뉜다. 게임마스터가 참여자의 특성에 맞는 게임을 안내하고 지도해준다. 기초적인 사물인지 능력과 활동 의지만 있다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지체장애 1~3급, 지적장애 1~3급, 자폐증, 발달장애, 뇌병변장애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기간은 8주를 기본으로 하고 상담을 통해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현재 모두다는 1호 플레이룸인 베어베터에서 베어베터의 장애인직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때때로 기관 요청시 방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마스터 양성은 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발달장애인을 게임마스터로 양성해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관, 시설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이들은 훌륭히 제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2015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서 2명의 발달장애인 게임마스터가 모두다의 게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북미에서는 커뮤니티센터(노인정)에서 숙련된 시니어가 초보 시니어에게 볼링 게임 등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활발한데, 모두다의 게임 프로그램이 장애인이 장애인을 도와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놀이로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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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15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서 진행된 모두다 게임 프로그램은 큰 인기였다.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 계획

 

모두다는 2016년 2월 영등포구에 2호 플레이룸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프로그램 대상을 확대해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자녀들의 게임중독 문제로 고민하거나 자녀와 게임으로 소통을 원하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게임 중독 문제와 관련해 박 대표는 “인터넷 환경에서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올바른 게임 습관을 길러줘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부모님이 게임의 장단점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박 대표가 보드게임의 일종인 ‘도블’ 카드를 꺼냈다. 이곳에 왔으면 경험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금세 웃음꽃이 피었고, 줄곧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쾌한 경험이었다. 그가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도, 에너지가 넘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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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을 설명하고 있는 박 대표.

 

게임은 놀이이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것도, 홀로 소꿉놀이를 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도 놀이이다.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호이징아(Johan Huizinga)는 인간은 유희의 동물(호모 루덴스)이라며 놀이가 인류문명의 원동력이었다고 주장했다. 놀이의 유래를 살펴보면 대게 교육, 훈련이 목적이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한 사회화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장애가 있다고 놀지 못하는 건 불평등하다. 이에 모두다는 손을 내밀며 외친다.

‘같이 플레이(Play)!’

 

모두다 홈페이지: http://www.moduda.or.kr

 

글. 손인수(벼리커뮤니케이션 책임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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