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20

[특별기획ㅣ우리 동네 히든챔피언 ⑧] 내 친구의 밥 한 끼를 부탁해!-소셜벤처 ‘십시일밥’

[특별기획우리 동네 히든챔피언내 친구의 밥 한 끼를 부탁해!

대학 캠퍼스내 빈부격차 해소에 나선 소셜벤처 ‘십시일밥’

 

오전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서지윤씨(한양대 2)는 학생식당으로 달려간다끼니를 때우기 위해서가 아니다앞치마를 두르고 긴 고무장갑을 낀 채 바로 설거지대에 손을 담근다시간이 좀 지나자 땀이 비 오듯 하더니 화장이 얼룩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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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윤 씨(한양대 2 오른쪽)는 일주일에 한 번 공강을 활용해 '십시일밥'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하셔서 이런 일에 조금은 익숙하지만 해보니 정말 힘들더라. 특히 공부랑 일을 병행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입으로는 힘들다 하는데 인터뷰 내내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일주일에 1시간그녀는 공강 (수업시간 사이에 빈 시간)을 활용해 학교식당에서 봉사하고 취약계층의 학우들에게 식권을 기부하는 십시일밥’(http://tenspoon.org)의 멤버다.

 

내 공강 1시간이 친구의 밥 한끼가 될 수 있다면

 

십시일밥은 지난해 9월 한양대학교에서 39명의 봉사자로 시작했다십시일밥을 창업한 이호영 대표(25)는 학교식당에서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친구를 눈여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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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한양대 4) '십시일밥' 대표

 

아무리 라면을 좋아한다지만 매일 같이 먹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어떤 친구는 매일 다른 친구와 짝을 이뤄온다. 그는 함께 온 친구가 먼저 식사를 하고 난 뒤 리필을 받아 끼니를 해결한다. 공기 밥은 리필이 가능하다. 식권 한 장으로 2명이 식사를 하는 셈이다.”

 

그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이었다학교라는 한 울타리에서 생활하지만 어렵게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지난해 2이 대표한테 불현 듯 좋은 해결 방법이 떠올랐다수업시간을 짜다보면 공강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이를 활용하면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아도 봉사가 가능하다소수의 사람에게서 많은 시간을 요구할 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의 짧은 시간을 빌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 모델이다봉사 장소는 학생 식당기부금은 식권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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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 봉사자들은 식권판매부터 배식, 잔반처리,설거지등을 하며 업무에 따라 시급 최고 7000원을 받는다.

 

십시일밥은 세상을 바꾸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인정받아 지난 2014년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일반 아이디어부문 대상인 고용노동부장관상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애즈원(AS ONE, 하나로 되어)상을 받았다이어 올해에는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의 육성창업팀에 선정돼 양천구에 사무실을 두고 '함께일하는재단'의 인큐베이팅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가고 있다.

 

빈부격차해소는 공정경쟁의 출발선

 

십시일밥의 목표는 단지 식권을 기부함으로써 친구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데에 있지 않다캠퍼스안의 빈부격차 해소가 궁극적 목표다.


취약계층 학생들은 남들이 스펙을 쌓고 학원을 다닐 시간에 식비를 벌기 위해 한 달에 10시간씩 일을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된다면 불공정한 게임이다공강 1시간씩을 모으면 친구의 알바 10시간을 줄일 수 있다. 10명의 대학생이 1시간씩 십시일반으로 봉사하면 모두가 공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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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 봉사자들은 한양대학교에서 39명으로 시작해 1년 사이 9개 대학 350명으로 늘었다.

 

그의 뜻에 동참하는 학생들은 삽시간에 불어났다불과 1년 사이에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울대연세대한국외국어대를 비롯해 경기도 가천대경북대등 전국 9개 대학으로 퍼져나갔다.

 

어느 날 수시에 합격한 고학생이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입학하면 십시일밥을 만들고 싶다고 찾아왔다함께 구상하면서 친구들이 안모이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첫 모집에서 정원의 3배에 가까운 70명이 몰려 놀랐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봉사자수는 350(누적인원 712), 식당수도 20개로 늘었다그동안 이들이 나눠준 식권 수는 7000여장(약 4000만원)에 이른다올해 연말까지 만 여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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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별도로 숭실대와 단국대에서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단독으로 십시일밥이 이뤄지고 있다.

 

굳이 우리 단체에 들어 올 필요는 없다처음에는 상표권등록도 생각해봤었는데 중간에 취소했다좋은 일 하는데 그리 배타적으로 굴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십시일밥이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퍼져나가길 바라기 때문에 사업계획서를 모두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개발비와 사업비도 지원해주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 스펙 쌓기와 경쟁 밖에 모른다는 기성세대들의 우려가 있지만 참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봉사의 장만 열려 있다면 적극 동참한다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기부 모델 …부의 이전이 아닌 창출 

 

십시일밥이 빠르게 성장하는 비결은 서로 윈윈하는 공생전략이다학생식당은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 사이가 제일 붐빈다학교 안 밖으로 식당이 여럿 있다 보니 서로 경쟁도 치열해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면 손님을 빼앗길 수 있다그렇다고 그 시간만을 위해 사람을 채용하기엔 부담스럽다이 문제를 십시일밥이 해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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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사업 모델은 식당 측에서 볼 때 시급으로 지출한 인건비가 식권으로 되돌아와 수입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누린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이다다른 기부가 부의 이전이라면 십시일밥은 부를 창출하는 셈이다.”

 

식당은 십시일밥의 봉사활동으로 얻어지는 수익을 일부를 나눈다학생들이 봉사가 끝나면 무조건 1끼를 식당에서 먹고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이로서 십시일밥은 운영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봉사자들의 식대 비를 절약하게 됐다.

 

십시일밥의 운영비는 초기 멤버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300여만 원으로 봉사자들의 상해보험가입과 현수막 제작 그리고 작업복 등을 구입하는 데 썼다그 후 소셜벤처대회 수상과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지금까지 총 4000여만 원의 추가 자금이 생겼다하지만 학생들은 이 자금을 유보금 형태로 쌓아두거나 이미 개인 돈에서 충당한 운영비 상환에 쓰지 않고 지원금이 바닥날 때까지 100% 취약계층을 돕는데 쓰기로 했다.

 

우리의 미션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취약계층을 돕는 거라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최대한 돕고 정말 어려운 순간이 닥치면 그 때 수익금의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내 운영비로 조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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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은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부모금액과 지출 내역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한다이런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는 데는 이 대학 경영학과 예 종석 교수의 도움이 컸다이 대표는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예 교수를 찾아가 멘토가 되어 줄 것을 요청했다예 교수는 흔쾌히 제자의 도움을 받아 들였다매주 컨설팅을 해주었고 지금까지 대학생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의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배후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식권은 등기우편으로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

 

십시일밥의 매력에 봉사자들은 내가 흘린 땀의 결실이 바로 내 곁의 친구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페이스북에는 식권을 받아 든 친구들의 고마움이 묻어나는 글귀가 눈에 띤다.

 

 그냥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했었는데 … 오늘 십시일밥 식권을 사용해 먹으면서 진짜 학식(학교식당)이 이렇게 맛있고 감사하게 느껴지긴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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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권은 등기 우편으로 전달되며 증빙 서류가 미비해도 꼭 받아야 할 사연만 있다면 받을 수 있다.

 

봉사활동으로 모아진 식권은 두 달마다 등기우편으로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1회에 5만원(학기당 10만원)상당의 식권으로 그동안 512명이 혜택을 받았다.

 

대상자는 매학기 선정된다재학증명서랑 기초수급가구 확인증 또는 국가장학금신청확인증을 제출해야 한다하지만 증명서가 없어도 이 메일로 식권이 필요한 이유만 써내도 심사 대상이 된다.

 

실제로는 형편이 어렵지만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예를 들면갑자기 부모님 이 돌아가셨다든지 집안에 환자가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던지 말이다. 우리는 전체 지출의 10%를 이들을 위해 쓴다. 국가가 끌어안을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끌어안고 싶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수확 ..공동체가 아름다워졌다 

 

한양대학교의 십시일밥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최규하(경영학과 4)씨는 지난 연말 페이스북에 그간의 대학생활을 가리켜 건조하고 푸석푸석했다고 표현했다그런데 요즘 뭔지 모를 가슴 뭉클함과 설렘으로 매일 매일이 즐겁다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지금 비록 우리가 하는 일이 작은 나비의 날개 짓에 불과하더라도 언젠가는 이 날개 짓이 세상의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거라고 확신합니다끝까지 함께 하면서 세상을 바꾸어 봐요. Wash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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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비의 날개 짓은 먼저 봉사자들의 시선을 자신만의 세계에서 주변으로 확장시켰다작게는 식당 반찬을 절대 남기지 않게 됐고 주변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눌 줄 알게 됐다힘들게 일하는 식당아주머니의 삶을 들여다 보았고 그 분들과 눈을 맞추며 가까워졌다생일이면 서로 케이크를 나눠먹으며 축하를 해주고 직장을 떠나시는 분들과는 아쉬움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최소라(경영학과 4)씨는 “ 십시일밥에 동참하면서 대학생들이 겪는 생활고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십시일반이란 열사람이 한술 씩 보태면 한 사람의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이다십시일밥도 여기서 유래했다십시일밥의 성공은 이 대학 도서관의 후배사랑 십시1’ 캠페인으로 그 정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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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도서관의 '후배사랑 십시1권 캠페인 중 '기념일 도서 기부 코너' (출처: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대학가에 기부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는 책 기금’ 모금 캠페인이다이 대표는 처음엔 단순히 기부만을 생각했는데 하면서 배우는 것 같다며 공동체가 아름다워지는 효과는 의도했던 바가 아니었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다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 대표는 십시일밥을 일구느라 독일교환학생의 꿈도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후회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가 교환학생으로 갔다면 얼마나 큰 깨달음을 얻어 올까요그 변화가 10이라면 취약계층의 학생들에게 10시간을 더 공부할 기회를 줌으로서 우리 사회가 몰고 올 변화는 90이라고 본다이들에게 더 많은 공부시간을 준다면 국가적으로도 유익한 일이 아닐까?”

 

전문대를 포함해 전국 300개 대학에 십시일밥이 퍼져나가면 연간 100만장(35억원)의 식권을 모을 수 있다고 한다작은 나비의 날개 짓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결코 헛된 꿈은 아닌 듯하다.

 

십시일밥:  http://www.tenspoon.org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10bop 

 

백선기(이로운넷 에디터)

사진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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