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9.09

아시아 청년 혁신가들, 사람 사는 집을 짓다

아시아 청년 혁신가들, 사람 사는 집을 짓다

2015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 현장

 

8월의 마지막 날, 서울시청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져만 가는 주거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서울시에서 후원한 ‘2015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주거문제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에서 혁신적인 주거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혁신가들이 자리했다. 

 

141-1 아시아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혁신가들은 이 날 폭넓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를 위한 집, 그 해답을 찾자

 

한겨레신문사 정영무 사장은 “모두를 위한 집은 없을까? 그 답은 여러분께서 갖고 계시다”는 말로 개회를 알렸다. 정 사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는 다양한 주거모델들을 만나보실 수 있다. 많은 이야기를 담아가시길 바라고, 이 자리에 함께한 청년혁신가들은 지속적 연대를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주길 희망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포럼에 참석한 류경기 서울시 부시장도 잊지 않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류 부시장은 “소득불평등과 청년 주거문제가 심각한 요즘 시기에 소중한 자리가 마련”됐다며 사회적경제의 역할과 공공과의 연대 방법 등을 배워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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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성북구청장(왼쪽)과 송경용 서울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이사장

 

김영배 성북구청장과 송경용 서울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이사장도 이번 행사의 의미를 짚어주었다. 김영배 구청장은 “건물이나 돈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으로 그 중요성이 이동하고 있는 요즘, 이번 자리가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경용 이사장 또한 “새로운 희망이 솟아난다는 생각이 들고,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선 거버넌스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탐욕이 집을 뺏는 걸 지켜봐왔다면 힘을 합쳐 빼앗긴 이웃과 공동체를 회복”하자고 이야기했다.

 

포럼은 기조연설을 맡은 비슈누 스와미나단 아쇼카인도 책임활동가의 ‘하우징 포 올(Housing for all)’ 소개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저소득층을 위해 마련된 이 모델에 대해 스와미나단 활동가는 “집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모두, 집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누구나 아는 쉬운 사실이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집', 하우징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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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빈곤을 겪고 있는 극빈층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하우징포올

 

스와미니단 활동가는 “그러나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와 삶의 형태가 다른 사람들, 그 사람들을 우리는 쉽게 잊고 산다. 인도의 경우 ‘툭툭’이라는 인력거가 있는데, 그것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을 증명할 수 없고 그 바람에 은행 대출로 집을 사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런 삶을 사는 다른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나온 생각이 바로 하우징 포 올이라고 이야기했다. 재정 지원이 부족한 국가 대신 시장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인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빈곤층의 숫자를, 그들을 대상으로 한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전환한 것이다. 그 덕에 수요가 적은 중산층 형 아파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와 이들을 감시할 시민사회가 합류해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스와미나단은 “그 결과 건설사는 거품을 최대한 뺀 집을 공급하고, 금융권은 파트너십을 믿고 대출 불가의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줘서 현재 15만 가구까지 주거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5만 가구를 만들어 낸 지금은 출발단계”라며 “2천 5백 만 가구를 짓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벽 네 개와 문이 있는 집을 넘어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고 포부를 밝히며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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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집을 넘어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스와미나단 활동가

 

기조연설이 끝이 나고, 세 개의 섹션이 차례대로 시작됐다. ‘주거복지와 사회적경제 모델’, ‘주거를 넘어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섹터 간 협력’이 바로 그것이다. 

 

싱글맘과 청년들에게 삶터를 주다

 

‘주거복지와 사회적경제 모델’ 섹션에서는 한국과 홍콩 그리고 대만에서 사회적경제를 통한 주거모델 해결을 찾아낸 세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홍콩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라이트비의 리키 유 대표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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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만 그리고 홍콩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세 사람

 

리키 유 대표는 “홍콩은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도시슬럼이 굉장히 심각한 지역”이라며 홍콩의 현재 상황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싱글맘이 아이와 같이 홍콩에 산다고 가정해보면, 현대적 쇼핑몰들이 바로 앞에 있지만 그녀는 아무 것도 사지 못한다. 침대 하나의 좁은 집에서 살 뿐이다. 요리할 공간도 없어 화장실에서 요리를 하고,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부유층의 남는 집을 주목했다. 싱글맘들에게 그 남는 집을 시세보다 싸게 제공하고 일자리교육을 알선해주고 있다. 라이트비의 이 모델을 ‘라이트홈’이라고 일컫는데, 하나의 아파트에 싱글맘 두 가족이 공동주거 형태로 생활하고 있다. 3년까지 거주 가능한 이곳은 도움이 필요한 순서를 우선으로 집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한국의 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이사장은 젊은 청년층에게 대안을 선보이고 있다. 권 이사장은 “한국도 주거빈곤을 겪는 청년층이 많다”며 “혼자가 아닌 여럿이 모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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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포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자리가 꽉 찼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평균적으로 드는 하숙비 비용을 내는 청년 40 명을 모아서 그들이 20년간 쓸 주거비를 모으면 집 두 채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달팽이집’은 만 원부터 백만 원까지 다양한 참여를 토대로 두 가구를 장기임대 형식으로 빌려, 6명의 조합원에게 집을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민관협업 사례로 집 한 채를 더 빌려서 총 다섯 가구에게 집이 조합원들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NGO가 사회주택을 제공하는 협동조합으로 발전한 것이다. 

 

주택정보알리미에서 주택해결사로 성장한 최마마 재단

 

민달팽이 유니온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곳이 대만에도 있었다. 바로 최마마 주거 커뮤니티 서비스 재단이다. 이곳은 직접 집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주택정보 제공을 하고 있었다. 재단을 대표해서 포럼에 참석한 강상서 연구원은 “최마마 재단은 1989년 8월, 대만에서 있었던 시위에서 시작한 곳이다. 천정부지로 높은 주거비를 해결하라고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면서 장기적 관점으로 주거 문제를 다룰 재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최마마 재단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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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마마 주거 커뮤니티 서비스 재단을 설명하는 강상서 연구원

 

강 연구원은 “최마마 재단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기였다. 그래서 주택정보를 집주인들이 종이에 써서 벽에 붙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택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최마마 주거 커뮤니티 서비스 재단의 시작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최마마 재단은 이삿짐 센터 운영과 공실률 높은 주택에 취약계층이 싸게 임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는 ‘주거를 넘어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로’ 섹션으로 이어졌다. 이전 섹션에서는 획기적인 주거모델을 보여줬다면, 이번 섹션에서는 실제 삶으로서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함께 살기, 삶을 고민하기 시작하다

 

인천 검암에 위치한 공동체 주거 ‘우리동네사람들’의 조정훈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정훈 대표는 “25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귀촌 준비모임으로 시작한 것이 공동육아로 이야기가 확장했고, 함께 살아보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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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생활로 생활비가 줄고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는 우동사의 조정훈 대표

 

그러면서 그는 “변화라고 한다면 혼자 살 때는 70만 원 정도 들던 생활비가 25만 정도로 감소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일에 치여 살던 삶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꿈꾸고 살기로 마음  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현재 작년 말까지 우동사는 4호 집까지 완공하고, 인천 강화도에 농사도 지으며 처음 모인 그 이유도 현실로 실현하고 있다. 조정훈 대표는 “지금 우동사는 공동주거에서 검암마을공동체로 확대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커뮤니티 펍을 만들어서 지역 사람들과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돌봄의 관계망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우동사가 젊은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그려나가고 있다면, 일본의 고토랩은 삭막한 도시가 되어버린 요코하마를 살리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했다. 코토랩의 오카베 도모히코 대표는 “요코하마의 코토부키 지역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많이 살던 지역이다. 지금은 연금 받고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을을 새롭고 활기차게!

 

오카베 대표는 “예전엔 일용직 근로자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지금은 나이 든 도시로 공동화가 일어난 도시엔 빈 집이 많았다. 그래서 그 빈 집을 활용해 호스텔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젊은 아티스트들과 힘을 합쳐서 마을 이미지 개선에도 노력하다보니 매년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요코하마의 성공이 있고, 고토랩은 마츠야마라는 항만도시에서도 일을 벌렸다. 이곳 역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로 시름을 앓던 곳이었다. 집 10채 중 1 채는 비어 있을 정도로 공실율도 높았다. 그래서 그 빈 집들을 매개로 2013년 11명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또한 빈 집을 개조해 장기임대 형식으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카베 대표는 “일본은 고령화로 인해 꾸준히 빈 집이 생겨날 전망이다. 그래서 그 빈 집을 활용할 방법들을 준비해야 하고, 공동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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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주건빈곤을 해결하고 있는 필리핀 가와드 칼링가의 호세 루이스 오키네나 대표

 

마이크는 필리핀 가와드 칼링가의 호세 루이스 오키네나 대표로 넘어갔다. 오키네나 대표는 “가와드 칼링가는 농촌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필리핀의 극빈층에 집중했는데, 그들에게 집을 파는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집을 살만한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래서 직접 농촌 마을에 공동체를 조성했다. 집을 만드는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면서 만들었다. 주거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존엄을 회복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와드 칼링가는 주택을 만드는 곳이 아닌 공동체를 만드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가와드 칼링가는 이제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사회적기업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양한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주거문제 해결의 키워드, 협력

 

쉼 없이 달려온 이야기의 끝은 ‘협력’이었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섹터 간 협력’을 주제로 한 마지막 섹션에서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협력의 힘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포럼 일정을 모두 사용해 조금밖에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던 섹션이기도 하다. 

 

서울주택공사(SH공사)의 서종균 주거복지처장은 “협력을 하려면 우선 나 스스로가 협력의 주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SH공사도 그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충분한 변화가능성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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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섹션에서는 협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런 SH공사 하고 싶은 일은 딱 두 가지다. 우리가 이미 잘 하고 있는 일을 더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안 해본 일을 잘 해내는 것”이라며 “SH공사는 고독사나 1인 가구 우울증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은 별로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노력 중이다. 커뮤니티 만들기와 지역사회 일자리 연계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임대주택만 해결해오다 이제는 상담서비스도 시작했다. 이것이 좋은 결과를 내려면 민간영역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과 민간영역이 힘을 합쳐서 대안적인 모습들을 많이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럼의 마지막은  필리핀 가와드 칼링가의 호세 루이스 오키네나 대표가 맡았다. 그는 “협력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행위”라고 정의하면서 말을 시작했다. 오키네나 대표는 “정치적인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고, 빈곤층을 위한 실제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2회를 맞은 아시아 청년사회혁신가 국제포럼에서는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숨은 영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 어떻게 협력을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했던 1회 차 때와는 달리, 주거문제라는 구체적인 이슈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날 자리를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노하우들이 새롭게 나타나길 기대한다.

 

조득신 (벼리커뮤니케이션 소셜리포터)

 사진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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