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8.25

건강 먹거리, 직접 요리하며 배워요

건강 먹거리, 직접 요리하며 배워요

아이들 인스턴트 식습관 바꾸는 ‘노원 먹거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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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수업 중 그로우백에 모종을 심어 옥상으로 옮기는 아이들 ⓒ 서하나

 

 

아이들 일상 먹거리가 비상입니다. 방학 때 실컷 자고 일어나서 막 차려진 집 밥을 먹는다는 건 다 옛날이야기가 됐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선행반 학원수업에 요즘 아이들은 방학이 더 바쁩니다. 바쁘니까 도시생활이라지만, 성장기 아이들이 매일 분식이나 인스턴트로 허겁지겁 한 끼 때우는 것을 보니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건강한 집 밥을 먹는다는 건 총체적인 과제에 놓여있습니다. 믿을만한 먹거리 구하기가 쉽지 않고, 서울지역 10가구 중 4가구는 맞벌이인 상황에서 늘어가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의 사정을 생각하면 청소년들이 가공식품으로 식사하는 일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밥 챙겨주는 이가 있으면 다행이지요. 이에 더해 지역의 공부방 및 아동청소년 지원기관은 낮은 간식비에 인스턴트를 먹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동네(노원지역) 아이들 사정은 어떨까요. 전체인구 58만 명의 노원구는 서울시 전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11%를 차지할 만큼 취약계층이 많습니다. 구내 아동·청소년도 11만 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급식지원을 대신해 아동 급식카드(일명 꿈나무카드)가 지급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싫든 좋든 한끼당 4,000원이 든 카드를 들고나가 편의점, 일반음식점 등에서 입맞에 맞는 외식(外食)을 해야 하는 사정입니다. 성장기 아이들의 영양 불균형, 나트륨 과다섭취 등이 우려되는 대목이지요.

 

아이들 먹을거리는 빨간불, 지역이 바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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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먹거리 교육 연간 계획 수립을 위해 모인 노원 먹거리 네트워크팀 ⓒ 이영림

 

이런 아이들의 일상 먹거리를 건강하게 바꿔보고자 지역 사람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2013년부터 노원지역에 당면한 '먹을거리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먹거리 공급자와 수요자인 사회적기업, 지역 아동ㆍ청소년 지원기관,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이 모여 민간 협의체 노원먹거리네트워크를 구성했습니다.

 

노원먹거리네트워크에는 행복도시락 노원점, 한살림 북부지부, 행복중심동북생협, 마을밥상9, 노원교육지원센터 나란히, 노원사회적경제활성화추진단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몇 차례 워크숍을 실시해 4대 과제를 선정했고, 그 중 하나가 먹거리 교육체계 마련입니다.

 

사회적경제 조직과 지역 주체들이 협업한 '맞춤형 먹거리 교육'은 뭔가 달라도 다르겠지요. 연간 약 1,600만원이 드는 비용은 ‘모두에게 차별없는 밥상’ 크라우드 펀딩금과 서울시 마을학교 사업비 및 교육대상 기관, 노원먹거리네트워크에서 십시일반 해 마련했습니다. 또, 지역아동센터와 복지관 교사진이 노원먹거리네트워크팀과 수차례 워크숍을 가지며 아동 특성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설계했습니다. 총 90분 수업이 한 기관 당 연 20회 차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주제가 짜임새 있고, 꽤 다양합니다.

 

매회 실습으로 아이들은 토종 씨앗을 심어 도시 텃밭을 일궈 수확해보고, 장을 담가 비빔밥을 해먹기도 했습니다. 어른들도 쉽게 못할 고추장 담그기부터 두부, 씨앗 강정까지 간단히 만들어냅니다. 안전하게 화구와 칼을 사용하는 법까지 가르치니 그야말로 현실 맞춤형 수업입니다.

 

최근 보도에 나오듯이, 쿡방이 붐이지만 먹거리 생산자와 그의 노고는 외면받기 쉽습니다. 이에 반해 노원 먹거리 교육은 밥상에 오르는 '과정'과 건강하게 '먹는 즐거움'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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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논의 중요성과 논에 사는 생물들에 대해 배운 후, 논에서 잡초먹는 우렁을 넣어 ‘무말랭이 우렁 비빔국수’를 만드는 아이들 ⓒ 한정원

 

상반기 교육에 참여한 최문숙 행복중심 동북생협 강사는 "노원 먹거리 교육은 단순히 한 끼의 간식을 먹기 위한 요리수업이 아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식생활 환경 가운데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혼자서도 건강한 먹거리를 선택하도록 교육하고 매식보다는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의제팀의 먹거리 교육은 먹을거리가 어디서 오며, 자연의 배려와 생산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기억하도록 이해시키고, 건강을 해치는 불량한 식품들을 똑똑하게 구별할 줄 알고, 혹여 혼자일 때도 편의점이 아닌 부엌으로 들어가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도구의 사용법을 익혀주고 간단한 레시피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교육의 우선순위다."라고 말했습니다.

 

직접 만들어 맛본 아이들, 소중한 먹을거리를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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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또띠아 위에 제철채소, 건강한 햄을 올려 만드는 ‘햄채소 또띠아 쌈’ ⓒ 이영림

 

또한 이강인 한살림 북부지부 강사는 "매시간의 결과물들로 채워진 비빔밥 한 그릇에는 저 마다의 손길이 닿았다. 이에 음식을 대하는 아이들은 먹을 것으로 장난을 하지도 않고, 음식을 잘 버리지도 않는다. 가공식품 속 유해성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음식에 대한 변별력을 키워주는 것도 필요한 교육이지만 아이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실습들을 통해 소중한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들이 좀 더 자라는 시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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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속 설탕에 관한 수업> 후 만든 건강간식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 ⓒ 한정원

 

교육이 시작되기 전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냐고 물으니 대다수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구 환경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은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습관을 묻는 말에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중국요리, 과자 등 인스턴트를 주로 먹는다고 답했습니다.

 

아이들의 평생 식습관을 잡아주는 일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생활수준이 낮을수록 지방과 나트륨이 많은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접해 비만율이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지요. 단언컨대 건강한 먹거리는 의식이 선택합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요즘과 같은 풍요로운 시대에 자칫하면 쓰레기 같은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적어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굶느냐 마느냐보다는 무엇을 먹느냐가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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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속 식품첨가물> 수업 후 만든 ‘건강 짜장면‘ ⓒ 한정원

 

먹거리 교육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교육의 성과를 측정해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먹거리 문제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해 국가, 지역사회, 가정이 협력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당장에 눈에 띄는 변화를 입증해 내지 못할지라도, 우리 아이에게 먹거리 선별 능력을 키워주고 건강하게 먹는 재미를 느끼도록 의미 있는 시도가 계속되길 바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지역 어디서나 쉽게 접하며, 경제적 사정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어른들의 뜻있는 배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노원 먹거리 교육은 오는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글. 백미선(노원먹거리네트워크 대표)

편집. 이영림(노원사회적경제활성화추진단 매니저)

사진. 서하나, 이영림, 한정원

 

노원사회적경제활성화추진단:http://happynow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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