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8.07

마음이 통하는 특별한 안마,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에서!

마음이 통하는 특별한 안마, 받아 보실래요?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 서울대 인액터스가 함께 하는 맑은손지압힐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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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아홉 나이, 양쪽 시력이 1.2였던 그는 한 번도 눈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사업으로 바빠 연일 야근을 하던 중 문득 눈이 침침해지기에 ‘더 나빠지면 라식 수술 받지 뭘’ 한 적이 있을 뿐이었다.


 그 날도 평범하고 바쁜 하루였다. “쾅!” 벼락같은 충격이 온 것은 운전을 하다가 앞 차를 들이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눈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병원에 갔다. 의사는 당뇨 합병증이 눈으로 왔다며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도 수술을 받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1.2 시력 완전히 잃기까지 단 2년​


 첫 수술을 받고 길에 나서니 버스 노선 번호가 안 보였다. 두 번째 수술을 하자 버스가 찌그러져 보였다. 세 번째에는 버스가 반밖에 안 보였다. 그렇게 2년여 간 7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마지막 수술 후 눈을 뜨니 천장에 형광등이 켜 있다는데도 희뿌연 불빛조차도 감지되지 않았다.

 

 “완전히 눈이 멀었구나.”
 그제야 후회가 됐다. 2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쓰지 말고 시각장애인이 될 준비, 즉 점자라든지 보행 기술 익히기에 썼어야 했는데. 후회해도 소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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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공부해도 일할 곳은 성매매업소 뿐


 나중에 알았지만 중도실명자들은 절망감과 위축감 때문에 다시 사회생활을 하기까지 보통 5년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가정주부로만 살아 온 아내, 사춘기 두 아들 외에도 25개월 된 늦둥이 딸까지 둔 가장이기 때문이었다.

 거의 유일한 선택지를 받아들였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보호된 직업인 ‘안마사’가 되기 위해 서울맹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재활과 학생으로 2년간 안마·마사지·지압 지식과 기술은 물론 해부생리, 병리, 보건, 한방, 침구 지식까지 공부한 끝에 국가공인 안마사 자격증을 땄고, 전문성을 더 갖추고 싶어 전공과 3년 과정까지 밟았다. 방과후 교사로 혼자 생계를 부담하는 아내에게 미안했지만 아내도 “기왕이면 제대로 배우라”고 격려했다. 
 
 그렇게 모든 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안마사로서 돈을 벌게 됐을 때, “이제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구나”, “다시 사회인이 됐구나” 하는 기쁨이 클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일할 수 있는 곳이 성매매업과 결탁한 안마시술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맹학교 시절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맞닥뜨린 현실은 훨씬 비참했다. 총 5년에 걸쳐 배운 전문지식은 성매매에만 관심을 둔, 주로 만취한 상태의 손님들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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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다른 길, '안마사 협동조합'


 그 때 한 줄기 빛이 다가왔다. “우리끼리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안마원을 차립시다!” 맹학교 후배가 찾아와 이렇게 제안했을 때, 협동조합이 뭔지도 몰랐지만 ‘다른 길’이 있다는 자체가 기적처럼 여겨졌다.

 그로부터 1년여 후인 2013년 8월, 시각장애인 안마사 조합원들로 구성된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해 말 서울 사당동에 ‘맑은손지압힐링센터’가 문을 열었다. 기적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2014년 3월 7일. 건물 3층에 위치한 ‘맑은손지압힐링센터’에 찾아갔을 때, 의외라는 인상을 받았다. 사방의 창으로 넉넉히 드는 햇빛과, 녹색과 나무색이 주를 이룬 인테리어로 예상보다 훨씬 밝고 산뜻한 분위기였던 것이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일하는 곳이라고 하면 주로 벌건 네온사인 간판이 달린 안마시술소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는 하나,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왔는데도 그 느낌의 차이가 놀랄 정도로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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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손지압힐링센터 내부.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 제공

 센터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위 이야기의 주인공인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 장승연(51) 이사가 들어섰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고현숙(50) 실장이 얼른 다가가 손을 팔등에 얹게 하고는 탈의실로 안내한다. 이어서 장 이사의 맹학교 후배이자 조합 설립 과정을 도맡아 진행해 온 정경연(58) 이사장도 문을 열고 들어오며 “벌써 오셨군요!” 인사를 건넨다.

 

 이 광경에도 의외인 점이 몇 가지나 있었다. 고 실장이 보기 드문 미인이라는 점도 그렇고, 정 이사장의 시각장애인 같지 않게 자유로워 보이는 움직임도 그랬다.

불법은 건전하고 합법은 불건전해 보인다?

 알고 보니 정 이사장은 한쪽 눈은 완전히 실명했지만 다른 눈에는 시력이 남은 상태라고 했다. 1988년 인천에서 일간지 배달지국을 운영하며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눈을 다쳤지만 그 후로도 한동안 더 오토바이를 몰았고, 이후 공공기관에 들어가 일하기도 했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 정안인(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으로 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서울맹학교에 들어간 것은 작은 지압 침술원을 차리고 싶은 꿈 때문이었는데, 2년여간 선후배 동료와 함께하면서 그 꿈은 크게 선회하게 됐다.

 “필경사(글씨를 전문으로 쓰는 사람) 한 명은 필요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이 시험을 볼 때 필경사가 구술을 받아 적어주어야 하는 것처럼 도움을 주는 역할을 누군가 하나는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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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으로 안마사 국가 공인 자격증이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된 이상 정안인이 종사하는 안마, 스포츠 마사지, 태국 마사지 등 업소들은 모두 불법인데도 이런 곳은 건전하고 건강한 업소로 인식되고 시각장애인이 일하는 곳은 불법 퇴폐 업소로 인식되는 모순된 실태, 이에 대한 분노가 정 이사장을 팔 걷어붙이고 나서도록 한 원인이기도 했다.

 사회적기업으로 안마원을 설립하는 방법을 먼저 알아봤던 정 이사장은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에게만 안마원 개설을 허용하는 법적 제한 때문에 한 차례 좌절을 맛봤다. 정안인의 대형 자본에 시각장애인들이 예속되지 않게 보호하려는 법률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정 이사장은 “결과적으로 성산업 자본이 침투하는 것은 막지 못 했고 여기 예속된 시각장애인들은 명목상의 대표일 뿐이므로 이 규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대 '인액터스'와의 기적같은 만남

 다음으로 알아본 것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이었다. 10여명의 서울맹학교 출신 안마사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서울시 마을기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1억 원의 공간임대보증금과 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아무래도 도움이 더 필요했다. 안마원들이 개업 한 달도 안 돼 폐업한 경우를 수없이 봤기 때문에 무작정 시작할 수는 없었다.

 사방으로 재능기부자를 찾던 정 이사장의 노력은 ‘기업가 정신 실천을 통한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생 국제 비영리단체인 ‘인액터스’의 서울대 지부 학생들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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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센터에는 임병현(24·경영학과 4), 장유정(21·경제학부 2), 박경택(24·생명과학부 4) 등 세 명의 서울대 인액터스 회원들이 와 있었다. 
 인액터스는 지난해 7월, 협동조합이 지원받은 보증금과 지원금으로 안마원 장소를 찾는 시점부터 함께했는데 이에 대해 임씨는 “보통 도울 대상을 선정하는 데 몇 달이 걸리지만 이 일은  취지와 필요성이 확실해서 바로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안마원 장소를 찾는 과정은 보통 험난하지 않았다. 예산이 빠듯하기도 했지만, 안마원은커녕 시각장애인이 드나드는 자체를 싫어하는 건물주들 때문에 성사 단계에서 무산된 계약만 세 건이었다.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라


 어려움 끝에 현재의 장소를 정한 후에도 고려할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밝고 건강한 분위기의 이름과 디자인, 인테리어, 그리고 거품을 빼면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는 가격 등을 정하기 위해 수없는 회의와 조사 과정을 거쳐야 했다.

 조사를 위해 마사지와 지압도 숱하게 받아봤다는 임씨는 “가장 좋은 서비스는 자기에게 맞는 안마사를 찾아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라며 “여러 안마사들이 모인 협동조합, 그리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마을기업이 최고의 형태”라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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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은손공동체협동조합과 서울대 인액터스가 열었던 안마 시연회 현장. 인액터스 제공

 찜질, 족용 등을 포함한 30분 프로그램(안마 20분) 1만9000원, 60분 프로그램(안마 40분) 2만9000원, 90분 프로그램(안마 70분) 4만9000원인 이 곳 가격은 시세보다 확실히 싼 편인데, 그 결정 과정에 조합원들 간의 갈등도 있었다. 너무 저렴해서 손익분기를 맞추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개원 후 3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매출은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 하고 있다.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상근 안마사들이 있는 시간에만 예약이 차면 승산이 있겠는데 아직은 비어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기업에 출장 안마 제안서를 써 내고, 기업 사회공헌 콘테스트에  응모하고, 대학 커뮤니티에 홍보글을 올리고, 파워블로거들에게 연락하는 등 홍보를 위해 인액터스 회원들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아직은 효과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세무서가 '협동조합은 법인격'이라는 이유로 안마원으로의 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있어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을 못 받는 점도 풀어야 할 문제다.

"눈을 떴다면 만나지 못 했을 소중함"​

 그럼에도 장 이사는 밝은 표정으로 “우리는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맹학교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꼭 성공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력을 잃었을 때 25개월이었던 늦둥이 딸이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으니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장 이사의 삶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진촬영을 위해 인액터스 회원 한 명을 눕혀놓고 안마를 해주면서 장 이사는 “제가 손도 작고 본래 체력도 강한 편이 아니어서, 만일 눈을 뜨고 있었다면 이렇게 안마를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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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잃지 않았다면 맹학교에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가족들이 그렇게 고마운 존재인지도 몰랐겠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사진촬영을 마치겠다고 하는데도 장 이사는 안마를 멈추지 않았다. “아, 하던 건 마저 해야죠. 한쪽만 안마해서 몸이 짝짝이 되면 어쩌누?” 이 말에 한꺼번에 터진 웃음들이 안마실을 가득 채웠다. 창으로 비쳐드는 햇빛만큼 밝고 따뜻한 웃음이었다.

 그런데 잠깐, 보기 드문 미인인 고 실장은 대체 누구일까? 바로 인액터스 서울대 지부 회원 중 한 명의 어머니다. 좋은 일인데 상근자를 못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선뜻 나섰다고. “아들 서울대 보내놓고 집에서 편히 쉴 만도 한데 어찌 여기서 밥 해 주고 빨래 해 주며 고생인지 몰라.” 애정 어린 농담을 건네는 조합원에게 마음으로만 보일 환한 미소로 화답하는 고 실장이 있어서 더 훈훈한 맑은손공동체협동조합, 맑은손지압힐링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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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세원(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홍보팀장)
-사진 이우기(사진가)  

 맑은손지압힐링센터: http://www.malgunson.com/
 예약 문의: 1600-3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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