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8.07

꿀벌에게 배우자, 협동조합

 

꿀벌에게 배우자협동조합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어반비즈서울’ 양봉 수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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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야 하는 주의사항 같은 게 있나요?”

별다른 건 없습니다쏘일 염려는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걱정은 안 되는데.”

지금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 있는데요?”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이하 도시양봉조합박진(32) 대표와 이런 내용으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닌데뭘 걱정씩이나?’ 했던 생각이벌통 앞에서 귓전을 때리는 ~’ 소리에 혼이 나갈 듯 했던 순간 잠시 스쳐 지나갔다.

 

 지난 9월 1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갈현 텃밭에 위치한 도시양봉조합의 양봉장에서는 도시 양봉가 되기’ 수업이 진행됐다.

 

 

꿀벌은 협동의 조상

 

 2시간씩 5회로 구성된 교육 중 3번째 시간이라 그런지 10명의 교육생들은 대체로 능숙해 보였다벌을 겁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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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실습은 월동 준비였다. “벌써 월동준비를 하나요?” “벌들이 앞으로 월동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미리 도와주는 거니까요.”

 

 그러고 보니, ‘양봉’(養蜂)이란, ‘벌을 기르는 일이지만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과는 다르다벌은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자기 먹을 것을 알아서 마련한다벌통을 만들고 돌봐 주어야 하는 이유는, 일단은 꿀을 가져다 사람이 먹기 위해서다꿀을 빼앗기고도 벌들이 굶어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을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 양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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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면 꿀벌은 다름 아닌 협동의 상징이다우리가 배우고 싶어하는 유럽의 협동조합 선례들도 결국은 꿀벌에게서 협동을 배운 셈이다.

 그런 꿀벌을 협동조합으로 기른다도시양봉조합이 특별한 이유다.

 

혼자서는 못 하니까 협동조합으로

 

 이날 한 일은 벌통 안에 6~7개씩 들어 있는 벌집틀 중에서 알과 애벌레가 있는 것과 꿀만 있는 것을 구분해서 가운데를 막아 놓고헛집(틀 밖으로 덧나온 집)이나 수벌집(수벌이 부화하는 집)을 제거해 주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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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할 일이 많은 편은 아니네요라고 하자 박 대표는 알면 알수록 디테일하게 할 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벌통을 어디다 놓을지 판단하는 데만도 공부할 게 많아요예를 들면 주변에 큰 기계가 있어 진동이 생기는 곳에서는 꿀벌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전염병이나 말벌 피해도 막아줘야 해요꿀이 부족할 것 같으면 밀원(꿀이 있는 식물)을 일부러 심어야 할 수도 있고요.”

 

 박 대표에게 도시양봉과 협동조합을 연결하게 된 과정을 들어 보니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까웠다.

 “대학교 때 사회적 비즈니스’ 동아리를 하면서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졌어요사회적 기업가가 꿈이었는데아내가 취직 안 하면 결혼 안 한대서 일단 취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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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직장에서는 재래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일을 했고두 번째 직장에서는 농산물의 품질관리를 담당했다. 근무 중 틈틈이 공부해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증을 따고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입학하기까지 한 것은농업에서 사회적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도시 농업으로 옥수수를 키웠는데어릴 때 경험한 것에 비해 열매가 잘 맺지 않았다농부들에게 물어보니 꿀벌이 줄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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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부터 이끌리듯이 자료를 뒤져 꿀벌 급감의 심각성을 확인한 박 대표는 바로 양봉을 배우겠다고 나섰다그런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특히 도시 양봉을 위한 교육은 전무했다.

 

 

 이 때 생각난 것이 협동조합이었다인터넷 카페에 도시 양봉 지기를 함께 할 조합원 모집 공고를 올리고방통대 농학과에서 알게 된 동기형들과 함께 준비해 지난 4월 서울시로부터 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꿀벌은 각자 역할이 따로 있다

 

 태연한 듯 보이던 교육생들이었지만 꿀벌이 바짓단이나 신발 속으로 들어갔다 싶은 순간에는 !’ 소리가 터져 나왔다.벌집틀을 자세히 보려고 흔들어서 수백 마리 벌들을 떼어 낼 떼면 시각적인 공포에 아찔해 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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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표가 애정을 담아 벌들이 참 귀엽죠?” 하고 말한 것도 딱 그 순간들 사이여서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았다.

 

가만히 보면 벌들은 다 자기 역할이 있어요청소부도 있고유모도 있고보좌관도 있고경비를 서는 벌도 있죠보면 볼수록 우리가 사는 사회랑 똑같아요. 각자 역할을 잘 해야 전체가 잘 살 수 있는 거죠.”

 

 도시양봉조합의 가능성도 다양한 재능과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는 데 있다프랑스에서 공부한 파티시에’(제과·제빵 전문 요리사)로 1기 교육생인 정현정(26)씨는 조합에서 채밀한 꿀과 밀랍으로 디저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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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31일 서울 홍대 앞 카페 슬로비에서 열린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디저트 워크숍 

 

 8월 31일 서울 홍대 앞 카페 슬로비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밀랍을 코팅한 과자인 프랑스 디저트 까늘레를 만들었다앞으로 매주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서울 농부의 시장의 도시양봉조합 매장에서는 더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어 팔 예정이다.

 

 “이번 일요일(98)에는 허니 밀크 쨈을 이용해서 크레이프를 구울 거예요이것 말고도 꿀과 밀랍을 이용한 요리는 얼마든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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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 농부의 시장'에 설치됐던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매장

 

꿀벌의 협동은 값진’ 결과물을 만든다

 

 박 대표의 학교 선배로 최근 합류한 강성호(33)씨는 기업 마케팅 쪽의 전문성을 살려서 3차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맡았다문화기획공연 업체들과 협력해서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교육 과정과 연계할 예정이다.

 

 도시양봉조합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곳에 벌통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문제는 인력이다. 현재도 8개 장소에 50통에 이르는 벌통이 더 늘어나면 현재 인력으로는 관리가 어렵다. 때문에 교육을 마치고 조합원으로 합류할 사람들과 함께 '직원(근로자)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합원 중 교육 강사들도 배출될 전망이다. 최근 지자체의 요청으로 노숙인 대상 교육도 시작했고자활센터초등학교 등에서도 교육 신청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박 대표 혼자서 다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활동 덕분으로 도시양봉조합은 이미 수익을 내고 있고 전망도 밝은 편이다박 대표는 양봉 자체가 팔 수 있는’ 결과물이 있는 활동이니 출발점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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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만 있다고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수익모델이 발견 되면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야죠.”

 

꿀벌에도 게으른 놈부지런한 놈이

 

사람이 많아지다 보면 자연히 따라오는 고민이 일하는 사람만 한다는 것이다갓 태어난 아기도 있으면서 안정된 직장까지 그만두고 올인하는 박 대표를 보면 조합원이라기보다는 기업가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이에 대해 그는 꿀벌도 다 똑같이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협동조합이 공산주의도 아닌데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눌 수는 없죠더 많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다만그에 맞게 대가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 협동조합 운영의 중요한 부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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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협동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월동준비 실습 중에 박 대표는 이렇게 해도 꿀벌들이 겨울을 날 만큼 충분한 꿀을 모으지 못 하면하는 수 없이 설탕물을 주는 사양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물론설탕물 섞인 꿀은 봄이 되기 전에 걸러내기 때문에 이후로 생산되는 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그럼에도 교육생들은 설탕물 대신 그냥 꿀을 주면 안되나요?”라고 물었다박 대표는 그렇게 따지면 꿀을 채취하지 말고 벌들 스스로 모은 꿀을 먹도록 하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사람이 꿀을 먹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면 양봉이 확산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생들이 그냥 꿀을 주자고 한 것은이들이 원하는 양봉이 수익사업만이 아니기 때문이다직장인 이노사(26)씨는부모님 텃밭에 벌통을 놓고 싶어 배운다면서도 꿀벌을 살리는 가치 있는 일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세계 식물 수분의 3분의 1을 담당하지만 2006년 전염병 CCD의 세계적 확산, 2010년 국내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으로 90%까지 개체 수가 줄어든 위기의 꿀벌’, 이 꿀벌들과 연대하겠다는 게 이 협동조합의 출발점이자 성장 동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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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양봉은 꿀벌을 구할 수 있을까

 

 벌통을 정리하고 내려와 방충복을 벗는 것으로 두 시간의 교육은 끝났다박 대표에게 물었다. “도시 양봉으로 꿀벌을 얼마나 구할 수 있을까요?” 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비중으로만 보면 미미하지만꿀벌의 위기가 심각하고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는 도시 양봉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그래서 교육 콘텐츠 제작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고요.”

 

 두 시간 교육은 꿀벌을 아주 귀여워 보이도록’ 하기엔 충분치 않았다그러나 꿀벌이 도시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함께 살아야 할 존재라는 데 공감하기에는 충분했다.

 

 또한우리가 이제와 호들갑스럽게 주목하는 협동조합익히 알고 있던 것일 뿐이라는 것함께 할 동료와 함께 값 있는 생산물’을 만들 수 있다면, 즉 꿀벌이 하듯이 하면 된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줬다.

 

황세원(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홍보팀장)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urbanbeesseo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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