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5.07

공유자적/에단 켄트 PPS 부회장과 나눈 서울의 ‘장소 만들기’ 사례들

“작은 사례가 모여 사회 혁신이 된다”
에단 켄트 PPS 부회장과 나눈 서울의 ‘장소 만들기’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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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어디서도 여기서와 같은 사회혁신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좀 덜 겸손하셔도 됩니다.”

 지난 4월 29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 스페이스류에서 열린 에단 켄트(38) ‘프로젝트 포 퍼블릭 스페이스’(Project for Public Spaces·PPS) 부회장 초청 강연에서 그가 한 말입니다. 방한 기간 서울 동대문의 옥상 낙원 프로젝트(DRP), 종로 4가 청년 생산혁신기지, 늘장, 한평공원 등을 둘러본 켄트 부회장은 “여러분들은 이미 공간을 통한 사회혁신의 선구자”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공유자적-에단 켄트 강연 정리 글: http://sehub.blog.me/150190049757

 이 강연은 ‘공유자적’이라는 이름의,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청년일자리허브, 인생이모작센터가 공동 주최한 행사의 일환이었습니다.

서울의 ‘좋은 장소 만들기’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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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서는 켄트 부회장과 함께하는 서울의 혁신 사례 나누기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 은평허브 공간을 비롯해 성북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오픈콘텐츠랩, 월메이드,어반소사이어티 등의 사례들을 소개한 뒤 ‘좋은 장소 만들기’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저녁 7시부터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스페이스류에서 진행된 켄트 부회장 강연에 앞서서는 한평공원과 늘장 프로젝트가 발표됐습니다.

 어떤 사례들이었기에 39년 역사의 ‘장소만들기’ 전문 기관의 부회장이 “사회혁신의 선구자”라고 칭했는지, 그 중에서 어반소사이어티와 한평공원, 늘장의 발표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재개발보단 기존 것들을 살리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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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반소사이어티 발표에서 건축설계사이자 한양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인 양재창 대표는 “저희들의 일은 전면적인 재개발 방식에 반대해서 기존에 가진 것들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휴공간 활용, 노후된 건물 업사이클링, 기존 건물의 프레임을 재활용해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일 등이 어반소사이어티의 일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양 대표 외에도 7명의 팀원들은 실무경력 10~15년 안팎의 건축설계사이자 도시계획, 부동산개발, 회계, IT 등의 전문가이며 인도와 스페인 출신의 건축 전문가들도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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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대표는 어반소사이어티의 작업 사례로 강원대학교 건물 옥상에 조성했던 ‘도시양봉 옥상정원’을 소개했습니다. 
 비어있던 옥상 공간을 학생들과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자 동시에 텃밭과 양봉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밖에도 충남 서산의 ‘가로림만 생태문화협동조합’과 함께 조력발전소 반대 운동을 기존 방식이 아닌 ‘갯벌 체험 학교’라는 대안 공간 제시로 풀어냈던 사례, 마포 석유비축기지 공모 프로젝트에 습지대 및 자연친화공간 조성 제안으로 입상한 사례, 합정동의 자전거 공방을 카페로 조성한 사례 등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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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소사이어티 홈페이지: http://urbansociety.co.kr/

한 평 공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이하 도시연대)의 한평공원 사례를 경기대 건축대학원 이영범 교수가 나와 소개했습니다.
 2002년부터 이 시민단체는 주민참여를 통해 자투리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해 오고 있었는데요. 맨 처음 사례는 북촌 원소동의 버려진 반공 초소를 탈바꿈시킨 1호 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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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2013년까지 서울 및 수도권에 51개 한평공원이 만들어졌는데요. 지역 재개발 과정에서 없어진 2개를 제외하면 현재 49개가 남아 있는 셈입니다.

 도시연대는 한 번에 4~5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신한은행 등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비용 지원과 직원들의 공사 작업 참여 등으로 함께해 오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는 이 교수를 비롯해 건축, 도시, 조경, 공공기술, 사회학 등 전문가들이 해당 공원을 향유할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사용할 사람들이 만들어 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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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창동 노인복지센터 한평공원 조성 전(왼쪽)과 조성 후 모습.

 이 교수는 2005년 서울 창동에서 진행한 노인복지센터 한평공원 사례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2층 높이 동사무소 한켠을 사용하는 노인복지센터 실무자들은 건물 바깥의, 쓰레기장으로 이용되는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언론에 소개된 한평공원 프로젝트를 보고 먼저 연락을 해 왔다고 합니다. 이 공간을 노인분들이 햇볕도 쬐고 바깥 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로 2.3m, 세로 7m인 이 공간을 개조한 과정이 특별한 이유는, 복지센터를 이용하는 노인 분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를 토의하고, 동아리별로 의견을 모으고, 일일 바자회를 열어 하루종일 커피와 차를 팔아서 공사비를 보태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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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가 끝난 뒤, 사진들을 전시할 수 있는 게시판이 달린 고즈넉한 공원이 된 이 곳에서 오픈 행사가 열렸습니다. ‘추억의 교복사진전’, ‘즉석 사진 이벤트’ 등을 열었고, 게시판에는 노인분들의 연애편지, 손주 사진 등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교수는 “6개월 후에 연락이 왔는데, 동아리 활동 사진전 등으로 공원을 잘 사용하고 있어서 기뻤다”고 전했습니다.

 “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깨트리고 한 평의 버려진 땅이 큰 공원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 교수는 “올해는 동자동 쪽방촌에서 ‘10만원 프로젝트’를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진행하면서 도시 빈곤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홈페이지를 참고해  참여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도시연대 홈페이지 : http://www.dosi.or.kr
 


똑같은 공원보단 ‘사람’ 있는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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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마포구 경의선 폐선부지에 조성된 ‘늘장’에 대핸 소개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경의선 포럼’, 7월부터의 조성 과정, 9월 이후의 초기 운영에 참여했던 김지아씨는 이날 발표를 통해 늘장의 의미와 고민 지점을 전했습니다.

 염리동 지하철 공덕역 인근, 3,236㎡(약 1,000평)의 늘장 부지는 경의선 2.3㎞ 구간이 지하화 되면서 공터가 된 곳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이 땅을 모두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고, 실제로 대흥역 인근 760m 구간은 공원이 됐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공원도 좋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고, 난지도 하늘공원, 성시산마을, 홍대앞 문화집결지, 문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당인리 발전소 터 등과 맥락이 닿는, 그 거점이 될 수 있는 대안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제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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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의견들은 비공식적으로 시작된 ‘경의선 포럼’을 통해서 발전돼 갔고, 마포구청의 의지와 합쳐져서 공원과 시장을 연결한 ‘파켓’(Park+Market)으로 조성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늘장은 구조물을 통한 상설형 마켓, 파라솔 등 가변형 구조물을 통한 임시 마켓, 주말에 열리는 지역민 벼룩시장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중앙에는 텃밭을 만들었지만 철로 때문에 오랜 기간 토양이 오염돼 있어서 현재는 오염 회복을 위한 수종들을 심어둔 상태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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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이 곳에서는 여러 가지 워크숍, 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연을 할 때 인근 지역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먼저 찾아오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를 열 것인가가 운영진들의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 결과로 지난해 10월 이후에 가족 노래자랑, 동지 팥죽 나누기, 김장 나누기 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김지아씨는 “늘장의 운영 형태가 한 차례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늘장은 본래 땅은 코레일 소유이고, 마포구가 사용권한을 민간 단체에 1년 단위로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조성 단계에서는 그 일만을 맡아 한 운영기관이 있었지만 현재는 장터 운영 단체들이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매주 정기회의를 하면서 꾸려가고 있는 형태라고 합니다. 
 김씨는 “참여 단체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도록 여러 가지 고민과 실험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늘장 블로그 : http://blog.naver.com/urbanlight5

 

“작은 움직임 합치면 사회적 효과 커진다”

 

 이 같은 사례들에 대해 켄트 부회장은 “지구에서 가장 멋진 곳에 온 것 같다”, “여러분은 문화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창조하고 있다”고 할 만큼 높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날 오전 은평허브에서의 간담회 이후 시간에 발표자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여러 논의를 했는데요. 어반소사이어티 대표는 켄트 부회장에게 “이런 흐름들이 의미가 있다지만 전체 산업에서 보면 굉장히 미미한 변화에 불과할 수도 있다”면서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질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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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트 부회장은 “각각의 작은 움직임을 합치면 사회적 효과도 커질 것”이라면서 “동대문, 종로4가 등 현장에서 만난 활동가들도 ‘우리 움직임이 금방 드러나는 게 아니라서 힘들다’고들 했는데, 작은 사례들이라도 좀 더 널리, 잘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아직도 소셜 이노베이션이 기술적인 측면에 머물고 있다”면서 “여기에서와 같은 움직임은 아시아 다른 곳에서도 보지 못한 한국만의 것이니 좀 더 자부심을 가지라”고 권했습니다.

“성공 못지 않게 실패한 사례도 분석해야”

 늘장에 아직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물건을 살 필요가 있을 때만 가는 곳이 아니라, 쉬거나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 찾아가고픈 곳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많은 사례들을 나누면서 성공한 이유 못지않게 실패한 사례를 놓고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사례 발표회에 이어 켄트 부회장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청년일자리허브, 인생이모작센터 등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센터 실무자들은 혁신파크 내 유휴 공간들을 돌아보며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공간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와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워크숍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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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하루 동안 오간 의견과 논의들이 즉각 어떤 결과물로 나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서울, 혁신적인 서울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고, 의미 있는 사례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작은 사례들이 모여 사회적 혁신이 된다”는 켄트 부회장의 말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글 황세원(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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